|
한국은행이 출구전략을 한 템포 늦췄다. 그러나 큰 틀에서 긴축기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미 예견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둔화 폭이 예상보다는 다소 확대되는 것으로 보여 한은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인상하기 보다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한은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약 6%대에 이르는 한국경제의 성장이 훼손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공공요금 인상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하반기에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10~11월에는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금리인상, 속도의 문제일 뿐= 한국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은 속도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즉 주요 2개국(G2)의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한국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김 총재는 “미국은 경기가 둔화된다기 보다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는 게 적절한 표현”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우리 경제 전망을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외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우리나라 경제지표만 보면 이번 달에도 금리를 올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지난 6월 제조업 가동률은 83.9%로 3저 호황기인 1987년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 역시 전날 마이너스에서 6월에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내수 역시 소비와 투자 모두 증가폭이 확대됐다. 6월 소매판매는 전달 1.2%에서 2.4%로 늘었으나 설비투자도 4.9%에서 8.6%로 급증했다. 후행지표인 고용도 민간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위기 이전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상용직이 꾸준히 늘고 있고 임시ㆍ일용직도 증가로 전환되면서 임금근로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물가 상승압력은 거세고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는데다가 국제 곡물가 인상으로 인한 ‘애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 총재는 “이제는 견조한 성장보다 물가 안정이 과제”라고 강조해 물가 안정을 위한 거시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연내 1~2차례 금리 인상 이뤄질 듯=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0.25% 포인트씩 최소한 한차례, 많으면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에 접어 들게 되면 중앙은행은 시장에 부담을 주기 않기 위해 적어도 두 달에 한번씩 금리를 올려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이번에는 `G2 리스크'가 금통위를 동결 쪽으로 기울게 했지만 다음 달 곡물가격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인 상승이 확인되고 G2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인상에 다시 시동을 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를 연속적으로 올리기는 부담스럽지만 금리 인상 간격이 넓어지면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된다”며 “9월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추석을 앞둔 다음 달 금통위 때는 통상 한은이 시중에 자금을 넉넉히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