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도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말 것이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오히려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성장의 발판을 확충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스웨덴이 대표적 벤치마킹 모델로 꼽힌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한국이 위기에 빠져 앞으로 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해서는 안 된다"며 "스웨덴처럼 경제위기 이후 잠재성장률이 높아진 경우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여년간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금융위기,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붕괴,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맞아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주된 배경으로는 ▦경기부양책(감세+재정지출 확대+금리인하)의 적기 시행 ▦복지정책과 기업경영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탈세방지를 통한 재정확충 등이 꼽힌다.
이중 적기의 경기부양책은 근래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시 스웨덴의 경기부양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3.3%에 달했다. 이중 감세 규모는 GDP의 1.7%에 달했다. 법인세율 인하(28.05%→26.3%)와 고용주의 사회보장금 기여금 부담률 인하(1%포인트)를 통해 기업의 투자ㆍ고용을 독려한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는 볼보ㆍ사브 등 경영위기에 처했던 자국 자동차산업 지원과 실업자 지원, 직업교육 강화 등에 집중됐다. 스웨덴은 이와 더불어 2008년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콜금리를 낮춤으로써 재정ㆍ세제정책과 어우러진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에 따라 2009년 -5.3%였던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이듬해 5.3%로 플러스 반전했다.
이처럼 적절히 조합된 스웨덴의 경기 대응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기업투자를 유도해야 할 마당에 여야가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복지재원을 마련하려고 증세에 나섰다. 정부는 균형재정론을 고수하며 임기 후반부터는 재정지출을 억제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한 박자 늦은 금리정책으로 경기부양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웨덴이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을 함께 쓰면서도 재정건전성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조기에 복지정책의 비효율을 쇄신했고 강력한 탈세억제 장치를 통해 재정누수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우선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됐던 기초연금제도를 폐지했다. 소득연계연금제도도 수급자가 필요한 만큼 지급한다는 원칙에서 탈피해 연금 재원에 기여한 만큼 지급하는 확정기여식으로 전환했다. 이와 더불어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의 수혜요건을 엄격히 하는 등 재정부담을 크게 줄였다.
스웨덴은 이처럼 복지를 효율화하면서 교육과 산업인재 양성에 힘을 써 고용을 통해 복지수요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현 원장은 "우리도 재정지출을 산업인력개발과 기술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결국 교육개혁을 통해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게 국가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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