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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맞은 롯데家 분쟁] 롯데 '안개 후계구도'에 주요 결정 지연… 중국·인도서 추진 M&A 비상

日 등 면세점 확장도 차질 우려

임직원 휴일에도 출근 대책 논의

2일 서울 소공동 롯데 본사 앞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그룹의 경영까지 안갯속으로 빠져 들게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롯데렌탈(옛 KT렌탈), 더뉴욕팰리스호텔 등 각각 1조원 안팎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잇따라 단행해온 롯데가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도·러시아 등지에서 추진 중이거나 검토되고 있었던 대규모 M&A가 늦춰질 가능성도 높다.

롯데그룹의 핵심 관계자는 2일 "이번 일로 인해 미래 사업 등에 대한 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으로는 괜찮겠지만 미래 사업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갈등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업과 관련된 결정이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롯데 주요 계열사 사장 등 고위임원들은 현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지난달 27일부터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사업과 관련된 상황을 전달하고는 있지만 중요한 결정은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롯데의 정책본부 등에 소속된 임직원들은 일요일인 2일에도 전원 출근해 경영권 분쟁에 대한 전략을 검토하고 관련 논의에 몰두했다.

그동안 롯데가 추진 중이라고 밝힌 주요 사업은 러시아·인도네시아의 복합 쇼핑몰 인수, 유통 분야의 옴니채널(온·오프라인과 모바일을 융합한 유통 서비스) 사업과 중국·인도·베트남·러시아 등에서의 유통기업 M&A, 동남아·일본 등지에서의 면세점 사업 확장이다.

특히 한일 양국에서 매출의 90%를 올리는 롯데로서는 해외 사업 확대가 최우선 과제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주요 임원들에게 "경영환경이 불안정할수록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이에 따라 올해 미래 성장사업의 기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올 들어서만 롯데렌탈과 미국 맨해튼 중심가의 더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하며 재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그룹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7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잡은 상황이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연매출 83조원, 임직원 10만명의 재계 5위 그룹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상 잠정 중단하고 눈앞의 경영권 분쟁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의 후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고 지목한 육성 녹음이 공개되면서 그룹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신동빈 회장이 아닌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을 이어받게 될 경우 신동빈 회장과는 다른 경영 스타일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회장은 아오야마가쿠인대, 미국 컬럼비아대 MBA 등에서 학업을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이 금융업이었던 만큼 금융권을 통한 자금조달, M&A 등에 조예가 깊다.

반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기업공개(IPO)나 M&A 등에 보수적인 스타일이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06년 롯데쇼핑을 상장하려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반대에 부딪힌 일도 있었을 정도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개인 회사이자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광윤사를 포함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37곳은 모두 비상장회사(2013년 기준)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 같은 아버지의 지지를 얻을 경우 부친의 경영 스타일을 따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동생보다 더 부친의 성격을 닮아 내성적인데다 일본 미쓰비시상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줄곧 일본의 비상장 롯데 계열사들을 이끌어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실제로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권 출신 경영인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조업체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하는데 금융권 출신이 경영을 맡으면 투자보다는 실패를 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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