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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방치땐 신뢰상실 우려

'부실벤처 솎아내기' 가속<br>잇단 분식회계·공금횡령등은 '빙산의 일각'<br>'감자→3자배정 유상증자'로 상장유지 급급


뚜렷한 수익모델도 없이 지난 99~2001년 벤처거품기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코스닥 기업들이 상장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분식회계로 물의를 일으키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최대주주가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터보테크나 로커스와 같은 최근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현재 벤처거품기에 상장된 상당수의 기업들은 매년 퇴출기준을 겨우 맞추면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실기업 문제는 언제든지 터져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 금융감독당국과 증권선물거래소가 3월에 이어 다시 코스닥 기업의 퇴출기준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현재의 시장구조로는 ‘신속한 진입과 퇴출’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가뜩이나 취약한 시장기반과 신뢰가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거품 ‘부메랑’ 계속되고 있다=최근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터보테크와 로커스가 잇따라 분식회계 파문에 휩싸이면서 벤처거품기에 무분별하게 코스닥에 입성했던 부실기업들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벤처기업 중 상당수가 벤처거품시기인 지난 99년과 2001년 사이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들 기업은 거품붕괴 후 상당수 정리됐지만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언제든지 시장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잠재 부실요인이 되고 있다. 올들어 퇴출된 35개 기업 중 99~2001년에 상장된 기업이 23개사로 전체의 66%에 달했다. 지난해(26개사)에 비해 숫자는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비중이 높다. 실제 벤처거품 시기 3년 동안 553개의 기업이 상장됐고 그 동안 161개의 기업이 퇴출돼 현재 369개 기업이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벤처거품기에 시장에 들어온 이들 부실 기업은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경우가 많아 상장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자본잠식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지자 분식회계라고 하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퇴출을 모면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표이사가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올들어 코스닥 기업 가운데 횡령사고를 확인했다고 공시한 기업만도 12개에 달한다. 이중 대표이사가 횡령을 저지른 기업도 7개나 된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벤처기업의 분식회계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는 소식에 대해 벤처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벤처거품기에 상장된 기업들의 상당수가 매년 퇴출기준을 맞추면서 겨우 연명해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퇴출 불가능=‘매출액 2년 연속 30억원 미만’ ‘경상익 3년 연속 적자’ 등 현재의 퇴출기준은 대부분 2~3년 단위로 돼 있다. 따라서 한해 정도만 모면하면 최소한 3년 동안은 생존이 가능해진다. 실제 3월 대대적으로 강화된 퇴출기준인 매출액ㆍ이익기준에 맞춰도 해당기업이 최초로 퇴출되는 시기는 오는 2007년 초가 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코스닥기업들이 가장 많이 쓰는 퇴출모면 방법은 ▦감자를 통한 자본잠식률(자기자본/자본금) 해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잠식 해소 등이다. 실제 올들어 이뤄진 40건의 감자 중 21건이 2~4월(사업보고서 최종 법정제출시한 4월10일)에 이뤄졌으며 금액면에서 2,542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동안 3자배정 유상증자도 49건에 달했다. 1월 초 가결산에서 자본잠식 상태를 확인하고 이어 우선 감자를 하고 급한 돈을 빌려오는 방식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상태를 해결하는 ‘퇴출 피하기’가 성행하고 있는 셈이다.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상장유지에 따른 실익이 크기 때문이다.최근 M&A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상장프리미엄’이 3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실적이 형편 없고 비즈니스모델의 수익성이 전혀 없더라도 코스닥 상장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M&A, 기업구조조정 시장 등에 나올 경우 기업가치 외에 30억원의 가치를 추가적으로 쳐주고 있다. 결국 벤처기업들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매출과 이익 등에 대한 분식회계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코스닥기업들은 아예 본업은 제쳐두고 다른 기업사냥에 나서거나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머니게임’시장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코스닥발전연구회의 이윤학(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회장은 “퇴출될 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되지 않으면서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며 “상당수 부실기업들이 정리됐지만 여전히 많은 부실기업들이 남아 있어 코스닥시장이 도약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퇴출기준 계속 강화된다=새로 도입되는 퇴출기준의 핵심은 벤처기업의 ‘편법적인 퇴출 피하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규정에도 불구하고 ‘적정한 수준의 자연스러운 퇴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를 추가적으로 강화할 방침도 갖고 있다.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측은 매출액 기준을 추가 상향조정하고 회계보고서 등에 대한 퇴출기준을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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