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말 착공 예정인 중국 기아차 3공장을 현대건설이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그룹의 자동차ㆍ제철 공장 건설은 현대엠코가 담당했지만 현대건설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인수돼 일부에서는 현대건설이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 3공장 건설을 누가 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아차 3공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첫 해외공장 사업이다. 중국 옌청시에 150만㎡의 공장부지에 연 30만대 규모로 예정돼 공사금액만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공 업체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그룹에서 맡는 현대엠코와 현대건설의 역할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ㆍ기아차의 성장에 따라 해외생산기지 신증설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성수동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도 있다. 계열사 물량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실적을 낼 수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이후 현대엠코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일축했다. 현대건설이 토목ㆍ플랜트 등 종합엔지니어링 및 해외건설사업에 주력하고 현대엠코는 기존에 강점이 있는 국내외 공장 건설과 유지ㆍ보수ㆍ관리 등에 집중하며 상호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계획대로면 기아차 중국 3공장도 현대엠코가 맡는 게 당연하다. 현대건설 입장에서 보면 현대그룹이 분리되기 전에 현대차의 공장을 자신들이 지은 만큼 그룹 소속이 됐으니 예전처럼 현대건설이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에서 현대차와 현대건설이 갈라서기 전인 1990년대에는 터키와 인도의 현대차 공장을 현대건설이 공사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건설과 엠코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주력하자는 게 그룹의 방침"이라면서도 "건설이 맡아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엠코는 과거보다 활발하게 주택사업을 하고 있고 플랜트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연간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현대건설과 1조원 수준의 현대엠코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것에 서로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엠코가 중국공장을 짓는 것과 반대로 현대건설이 공사를 맡게 된다면 앞으로 계열사 물량은 건설이 주도하고 엠코는 계열사의 부동산과 건물 자산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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