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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의 마케팅 파트 김모 부장은 요즘 야근이 잦지만 의욕이 넘친다. 매일매일 자정이 돼서야 퇴근한다. 오는 17일 현대라이프ZERO의 종신보험이 시장에 선보임에 따라 준비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파김치가 됐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그는 "과거 녹십자생명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며 "몸은 고달프지만 시장 반응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녹십자생명에서 간판을 바꿔 단 현대라이프가 확 달라지고 있다.
내실과 변화를 지향하는 정태영식 경영 기법이 구석구석 스며들면서 무기력했던 기업 체질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당장 판매 상품을 보장성보험으로 제한하면서 상품 포트폴리오가 대거 바뀌었고 전산 등 인프라 투자도 마무리돼 조직에 생기가 감돈다. 카드ㆍ캐피털에 이어 보험에서도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의 색깔이 입혀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9일 현대라이프에 따르면 간판 상품인 현대라이프ZERO의 월평균 계약 건수가 1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단순하면서도 핵심적 보장을 표방하면서 시장에 나온 현대라이프ZER0는 ▲1월 4,841건 ▲2월 7,199건 ▲3월 1만1,084건 ▲4월 1만1,903건 ▲1만2,831건 ▲1만4,454건 등으로 매달 계약 건수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계약 건수는 6만2,312건으로 월 1만385건의 계약이 체결된 셈. 현대라이프ZERO가 정기ㆍ암ㆍ성인병ㆍ어린이ㆍ사고 보험으로 꾸려졌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특히 이달 중순에는 보장성보험 라인업의 화룡점정이라 할 종신보험도 출시돼 상품 포트폴리오에 힘이 더 실리게 됐다. 과거 녹십자생명 시절 저축성보험 비중이 60~70%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현재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현대라이프는 역마진 우려가 큰 저축성보험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모두 빼 아예 판매를 접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기존 계약 관리만 해주고 있다. 정 의장이 수입보험료 규모, 성장률, 시장점유율(MS) 등에 집착한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향후에는 보장성보험 비중을 전체의 70%까지 키울 것"이라며 "자산 운용에서도 주식을 배제해 안정적 운용을 최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인프라 구축도 거의 끝났다.
현대라이프는 지난해부터 44개 지점의 리모델링 작업에 착수해 고객과의 접점이라 할 고객센터를 변경했고 전산 시스템도 재정비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만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대신생명에서 녹십자생명으로, 지난해에 다시 현대라이프로 바뀌면서 조직 내에 무기력증 같은 게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의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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