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우려’ ‘부동산시장 침체 증폭’ ‘중소기업지원대책 역부족’. 17대 국회가 올 한해 동안 처리한 주요 경제법안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평가다. 한마디로 경제를 위축시키고 투자심리를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30일 현재 17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048건에 달하지만 이중 처리된 것은 26.7%인 280건에 머물러 있다. 정쟁에 밀려 숱한 민생ㆍ경제법안을 외면한 결과다. 특히 외국자본의 한국기업 사냥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들의 완강한 반대를 물리치고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분양원가 공개나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세 등은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시장의 기상도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ㆍ부동산실거래가신고제 등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반(反)시장적 법안들로 협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반시장적 법안 줄줄이 처리 내년부터 3년간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현행 30%에서 15%로 축소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국회를 통과, 대기업의 경영권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외국자본의 한국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가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이 법이 통과됨으로써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다만 적대적 M&A시 5일간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냉각기간(Cooling-off Period)’ 제도를 담은 증권거래법 개정안은 ‘가뭄의 단비’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반해 투자 활성화 등 친시장적 법안들의 처리는 대부분 내년으로 미뤄지거나 지연되는 사태를 빚었다. 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소송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집단소송법 개정안의 처리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악재다.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민간투자법 개정안 등 이른바 뉴딜 관련 3법의 처리도 양당이 절충점을 찾지 못한 채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부동산시장 위축 우려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증폭시킬 만한 법안들이 올해 잇따라 통과됐다. 특히 내년 도입될 예정인 분양원가 공개, 1가구 3주택 양도세 중과 등에 대해서는 주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거품을 제거하고 조세형평을 제고한다는 게 취지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거래가 위축된 마당에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세법을 고쳐 현행 종합토지세를 지방세(재산세)와 국세(종합부동산세)로 이원화하고 주택은 건물과 부속토지를 통합 과세하는 한편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세율을 현행 3%에서 2%로 완화하기로 했다. 보유세제 개편안의 핵심이 됐던 종합부동산세 문제는 여야간 이견으로 처리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중소기업육성책 역부족 다양한 중소기업육성책이 올 국회를 통과한 게 그나마 다행으로 꼽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침체된 벤처시장에 제2의 전성기를 몰고 올 만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결성되는 각종 조합에 출자하는 ‘모태펀드(Fund of Funds)’의 설립 근거를 규정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혁신중소기업투자전용펀드’ 라는 이름으로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가 활동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창업투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에 한국벤처투자조합의 결성 등을 추가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이밖에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제품의 판로확보를 위해 중소기업청장이 지정하는 중소기업제품에 대해 중소기업간 경쟁을 의무화하도록 한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법 개정안도 내년에 발효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