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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투데이] 기업정치자금제공 차단 '제2 엔론'사태 막아야

엔론 사태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사실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선거자금 제공을 통해 얼마나 큰 정치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이다.한때 엔론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던 의원들은 지금 발뺌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 역시 엔론과 관계없음을 설명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심지어 엔론 사태를 조사하는 기관의 수장인 존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 역시 지난 2000년 상원선거 출마 당시 엔론으로부터 5만7,000달러 이상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진흙탕 속에서 최근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던 정치자금 개혁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개혁법안이 통과될 경우 무제한적으로 정치인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줬던 이른바 소프트머니 조항이 사라진다. 개인에게 직접 기부하는 1,000달러로 제한된 하드머니와 달리 당과 정치후원회에 제공하는 소프트머니의 경우 금액에 제한이 없다. 엔론은 지난 96년이후 무려 270만달러의 소프트머니를 정치인들에게 제공해 왔다. 그러나 둘을 연결시켜주는 선거법상 허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실제 엔론은 96년 이후 소프트머니 이외에도 법을 교묘히 활용, 120만달러를 의회 의원들에게 제공했다. 또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11만3,800달러를 선거자금으로 지원했으며, 취임시에도 축하금으로 1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 같은 정치 자금제공을 통해 엔론이 얻어낸 것은 다음과 같다. ▦부시 에너지 정책에 엔론측에 이득이 되는 조항이 12가지 삽입됐다. ▦백악관은 엔론을 돕기 위해 23억달러에 달하는 인도 발전소 건설과 인도정부에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 ▦공화당의원들은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안을 엔론 등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엔론은 2억5,400만달러의 세금을 돌려 받았다. 정치헌금을 한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였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민주당 의원들 역시 수십만달러를 받았으며 현 부시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인도 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해 지원했다. 정치인과 유착한 기업은 엔론이외에도 다수 있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세계 5대 회계법인이자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아더 앤더슨 역시 지난 89년이후 500만달러 이상의 정치헌금을 했다. 이에 대한 댓가로 아더 앤더슨을 비롯한 대형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위험상황에 대한 경고를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마도 이 같은 일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엔론의 문제점은 좀더 일찍 드러났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에게 신세를 지는 이유는 당연하다.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기업인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0년 선거의 경우 상원 의원 후보들은 평균 580만달러를 지출했으며, 하원 의원들은 89만6,000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제 정치권은 선거비용의 제한을 통해 돈 안 드는 선거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의지만 있다면 이 같은 개혁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엔론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을 되돌려줌으로써 일단 여론의 화살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회사로 받은 돈을 되돌려 준다고 해서 시스템 자체가 깨끗해 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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