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급락했던 국제 금 가격이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 세계 각 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 춘절 금 수요 증가도 금 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최근월물 선물은 온스당 1,687.0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온스당 1,751.40달러에서 지난 7일 1,646.30달러까지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열흘 새 2.5% 가량 상승하며 반등세에 접어 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 가격이 반등한 것은 미국 재정절벽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미국 정치권이 재정절벽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금 가격이 급락했지만 미국 경기 회복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말 미국 재정절벽 관련 1차 협상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은 6,000억원 규모의 정부지출 삭감을 용인하고 공화당은 부자증세를 허용하며 코앞에 닥친 위기를 극적으로 넘겼다. 그러나 정부지출 자동 삭감과 부채한도 증액 등 주요 과제가 내달 말로 예정되어 있는 2차 협상에서 타결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양측의 시각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서경덕 하나대투증권 헬스케어센터 차장은 “미국 재정절벽 해결에 대한 정치권의 협상 마찰로 2ㆍ4분기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경제 안정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제 금 가격의 단기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각 국의 확장적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점도 금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자국의 국내경기 회복과 통화가치 하락을 통한 수출 증가를 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쟁하듯 돈을 찍어내고 있어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금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목표 실업률 6.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년간은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며 “최근 미국 연준의 회의록에서 QE3 조기종료를 통한 출구전략 논의가 공개됐지만 실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기 회복을 위한 세계 각 국의 확장적 통화 정책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의 금 투자 매력은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에 대한 기초 수요가 탄탄하고 중국 춘절이 다가오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 역시 금 가격 상승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차령 우리선물 연구원은 “중국 춘절은 1년 중 귀금속 소비가 가장 큰 시기”라며 “현물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금 가격이 온스당 1,720달러 수준에서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경덕 차장 역시 “중국 춘절 금에 대한 실물 수요 증가가 금 가격을 지지할 것”이라며 “또 이머징 중앙은행이 꾸준하게 금을 매입하고 있다는 점도 수급 개선에 긍정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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