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11일 종가 기준으로 원화는 달러당 1,015.7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 1일(종가 기준 1,014.6원)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1,080원선에서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20일 만에 1,030원대로 급격히 주저앉았다가 이후부터 비교적 완만한 하향 곡선을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도 비상이기는 마찬가지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3일 100엔당 1,000원선이 깨진 이후 990원선까지 계속 위협하고 있다. 한때 1,500억원 육박했던 것에서 30%나 절상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세자릿수 환율이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는 연말에 달러당 환율이 975원, 웰스파고는 990원, 크레디트스위스는 975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전보다 50~70원 하향 조정한 것이다.
최근의 원화 강세 기조의 배경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있다. 수출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환을 끊임없이 시장에 내다 팔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이 새로운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게 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에 지속적으로 들어온 것이 추가 요인이 됐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원화 강세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들 증권투자자금 유입으로 외환시장에 외환이 넘쳐나는 데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여파다. 현대경제연구원 홍준표 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관광수지 적자 확대로 내수 경기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연평균 1,000원을 기록할 경우 국내 총수출이 전년 대비 7.5%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환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지난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무리한 시장개입에 부정적이다.
환율 하락은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5% 하락하면 소비자에게 1조2,000억원 내외의 비용경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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