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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대령 "우리는 한국 지하철 안탄다"
입력2005-04-07 07:43:57
수정
2005.04.07 07:43:57
美언론인 "한국전은 모든 미국인이 싸웠던 마지막 전쟁"<br>제임스 브래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곳' 출간
미국의 유명 패션 잡지인 하퍼스 바자의 발행인, 뉴욕 매거진 편집인 등 다채로운 경력의 언론인 제임스 브래디(75)가 지난 5일 해병대 소총 소대장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경험과 지난 2003년 비무장 지대를 다시 찾은 감회 등을 담담한 필체로 엮어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저자 브래디는 이미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인 '가을의 해병', '냉전: 한국의 추억' 등 한국전을 다룬 3권의 회고록을 낸바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북한을 다시 찾은 해병대'라는 부제가 붙었으나 그가 다시 방문한 곳은 38선 이북의 비무장 지대였다.
그는 참전 당시 한국전의 의미, 최근 한국 사회내 반미 정서 등을 솔직하게 전달하면서 자신은 한국전을 통해 해병대와 전우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발췌 내용.
◇ 한국전은 모든 미국인이 싸운 마지막 전쟁
한국전은 민주주의를 구하고 경제 기적을 가능케 해 준 전쟁이었다. 그러나 50년 6월부터 53년 7월까지 37개월간 미군 3만7천명이 숨졌다.
매달 1천명씩 죽은 셈이다. 이라크전때는 지난해 9월을 기준으로 18개월간 1천명이 죽었다.
1950년대 한국전에 참전한 20대들은 대공항을 어려서 겪고 2차세계 대전에는 참전하지 않은 세대이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전에 참전하고 싶어했다.
자기 혐오도 없었고 죄의식이나 애매모호함도 없었다. 물론 일부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의심을 품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흥분감을 맛보기 위해 해병대에 있었다.
한국전은 부자건 가난뱅이건, 하버드 졸업생이건 고교 중퇴자들이건, 카우보이건 목장주의 아들이건 모든 미국인들이 싸웠던 마지막 전쟁이었다.
◇ 지뢰밭서 골프 연습하던 영국 군인
한국전은 미군 뿐만 아니라 용맹한 한국군, 영국 등 연합군들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당시 예일대 출신의 정찰병 제이스콧이 앞서 가던 길을 멈춰 "소대장님 저기 미친놈이 지뢰밭에서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지도에 분명히 지뢰 매설지역으로 표시된 곳에서 한 사람은 쇼트 아이언으로 골프공을 때리고 다른 사람은 1백 야드 쯤 떨어진 곳에서 공을 줍고 있었다. 그에게 소리쳐 손짓하니 다가왔다. 나는 그가 장교일 것으로 추측했다.
왜냐면 사병들은 보다 더 분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가 지뢰밭으로 표시돼 있는 걸 모르나요" 하고 묻자 그는 "사람들은 그 끔찍한 지뢰 얘기를 계속하는구먼. 우리 공병대원들은 하나도 수거하지 못했는데."
◇ 주한 미군들은 지하철 안탄다
곧 한국을 떠나 사우스 캐럴라이너의 기지로 근무지를 옮길 한 주한미군 대령에게 "여기(서울)서 떠나니 좋으냐?"고 물었다.
그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럴것 같습니다. 스티브 보일런이 칼에 찔린 것 알죠? 나한테는 침을 뱉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우리들은 더 이상 지하철을 타지 않아요. 한반도에 지금과 같이 긴장이 높았을 때는 없었어요. 미국이 한국전을 일으킨 것으로 믿는 18~19세의 한국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아요."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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