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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국 순회 독주회 나선 정경화
입력2002-04-18 00:00:00
수정
2002.04.18 00:00:00
"이젠 무대가 무섭습니다""이젠 음악 커리어에 대한 야망이 사라졌어요. 음악을 들려드리고 함께 의사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전국 순회 독주회를 열고 있다. 서울 등 8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이번 내한 연주회는 독주회로서 3년 만이며 그의 세계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정상을 넘어 원숙의 경지에 다다른 바이올리니스트. 열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겉면모는 그대로였지만 입을 통해 듣는 음악 세계는 어딘지 달라져 있었다.
"전과는 달리 무대에 서는 게 정말 힘듭니다. 연주하러 나선다는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한 무대 한 무대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섭니다"
자신의 재능을 '축복'이라 설명하는 그녀는 이를 알고 난 뒤의 삶이 '투쟁의 연속'이었다고 답한다.
"어느 길이나 다 그렇겠지만 특히 예술가의 길은 싸움의 연속입니다. 젊은 때는 사념(soul)에 기반한 연주에 족했지만 이젠 영혼(spirit)을 담은 연주를 꿈꾸게 됩니다. "
음악과 하나가 돼 혼연일체의 작품을 빚는 고통을 설명하던 연주자는 '무대'가 회자되자 금새 환한 표정이 됐다.
고통을 잠재우는 유일한 키워드가 무대라던가. "시간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국내에 서양 음악의 역사가 길지 않은데 지방 관객들의 이해도가 높아 놀라곤 했죠. 이번엔 또 어떤 교감을 나눌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그의 리사이틀 일정은 지난 18일 수원 공연을 시작으로 20일에 서울공연이 있고, 이후 대구, 춘천, 부산, 제주, 천안, 청주 등지에서 내달 2일까지 열린다. 하루 걸러, 때로는 이틀 내내 무대에 서야 하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싶은 일정이다.
"솔직히 관현악 협주곡보다는 리사이틀이나 실내악을 하고 싶어요. 독주회는 균형 있게 이끌기가 쉽지 않고 실내악은 호흡을 맞출 시간을 요하기에 드물게 하게 돼 안타깝지요"
이번 연주회 곡목은 무반주곡인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를 비롯,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의 '녹턴과 타란텔라' 등으로 고른 짜임새가 돋보인다.
한국인을 '영혼의 울림과 교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민족'이라고 평한 그는 '너무들 좋아하셔서 앙콜 곡을 정말 많이 준비했다'고 싱긋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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