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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저금리시대] (상) 금리인하 봇물
입력2001-03-21 00:00:00
수정
2001.03.21 00:00:00
경기침체 갈수록 심각…美·日등 "금리 더 낮게""낮게, 더욱 낮게"
일본이 7개월 만에 제로 금리로 복귀한데 이어 미국도 금리를 내리는 등 금리 인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번 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 심리와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공산이 커 세계는 조만간 '저금리 시대'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에 대한 전망과 파급 효과를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20일(현지 시간)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후 발표된 성명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수요 감소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 위축과 재고 누적이 경기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전 세계 경제가 동반 하락하고 있어 잠재적 위협도 그 만큼 높아지고 있다."
FRB의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이번 0.5%포인트 금리 인하의 정책적 목적이 단순히 증시나 내수 진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언제든 추가 인하를 실시할 용의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반증이나 하듯 메릴린치증권은 미국이 오는 8월까지 금리를 4.0%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았으며, UBS 워버그의 마우리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방금리를 3.5%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 축을 이루는 일본은 더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제로 금리로의 복귀를 선언한 지 하룻만인 21일 기준 금리인 은행간 콜금리는 전일 0.13%에서 0.02% 수준으로 떨어졌다. 직접적인 금리인하(가격)가 아닌 양적 팽창(통화량 확대)을 통해 이뤄진 금리 인하 치고는 속도가 무척 빠른 셈이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6~9개월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력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금리 인하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지난 87년 재임 이후 한번도 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이상 인하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큰 폭의 금리 인하(연초 1.0%포인트를 포함해 1.5%포인트)를 단행한 것은 경기 상황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만일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는 경기 둔화 방어를 위해 저금리 경쟁에 속속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필리핀 중앙은행의 라파엘 부에나벤투라 총재는 21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주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타이완도 이날 다음주 금리인하에 동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미국 및 일본의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다음달 초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0.5%)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이에 앞서 캐나다는 지난 3월 6일 기준금리를 5.25%에서 5.0%로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으며, 호주 역시 다음날 6.0%에서 5.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유럽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가 건실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즉각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럽 역시 경기 둔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상반기중 미국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저금리 대열에 합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저금리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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