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산세 파동’ 재현의 열쇠를 쥐고 있던 서울 자치구 가운데 양천구가 세율인하를 추진하기로 잠정 결정함에 따라 세금 논쟁이 다시 벌어지게 됐다. 하지만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신설로 대다수 자치구의 재산세 세수가 감소하고 정부가 재산세를 인하하는 지자체에는 교부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해 재산세 인하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양천구가 재산세 감면을 추진하는 것은 목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의 재산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목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불만이 많이 표출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달 초 부동산세제 개편에 따른 재산세를 추계해본 결과 시내 아파트 10채 가운데 7채가 상한선인 50%까지 재산세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파트 비중이 높은 자치구 위주로 재산세 인하 가능성이 이미 점쳐졌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잇달아 재산세 인하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경기도 성남ㆍ용인ㆍ과천시는 아파트 밀집촌이다. 과천시 관계자는 “과천 지역 아파트는 거래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에 세율을 인하하지 않을 경우 아파트 소유자 대부분이 과도한 조세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에서 양천구가 재산세 인하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 상당수 자치구도 동참할 공산이 높다. 가능성이 큰 곳은 시의 시뮬레이션 결과 양천구와 함께 올해 재산세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 관악ㆍ강동ㆍ노원구 등과 지난해 재산세 파동을 주도했던 강남ㆍ서초ㆍ송파 등 강남권 자치구들이다. 양천구가 오는 30~31일 임시회를 열어 재산세 인하 조례안을 의결할 예정이고 송파구도 27~31일 임시회 일정을 잡아두는 등 이달 말 상당수 자치구가 임시회의를 열 계획이어서 이달 말이 올해 재산세 파동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의 경우 강남구가 5월 인하안을 통과시키자 모든 자치구가 재산세 인하에 나섰다. 많은 자치구가 소급감면까지 해가며 세금감면에 가세, 5개 구를 뺀 20개 구가 재산세를 내렸다. 특히 재정상황이 열악한 구까지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세금감면에 나서는 현상도 벌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일부 자치구에서 양천구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처럼 무더기 감면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살림을 해야 하는 자치구 입장에서는 주민들의 재산세를 깎아주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임의로 재산세율을 인하한 지자체에는 종부세로 마련되는 교부금을 나눠줄 때 세수감소분을 보전해주지 않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행정자치부의 방침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세금을 깎아줬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세제개편으로 당장 살림 밑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민들의 반발로 재산세율을 낮추면 사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정부의 종부세 교부금 보전에만 의지해야 할 형편”이라며 재산세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행자부는 이날 정부의 세제 개혁방침에 역행해 재산세 세율을 낮춰주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올해 말부터 배분 예정인 종합부동산세 교부금을 줄이는 등의 페널티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페널티 적용방법은 올해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라 ▦재산세 세율인하로 줄어든 세수감소분 보전(전국 약 3,900억원)을 인정하지 않거나 ▦추가배분(약 3,000억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행자부는 종합부동산세 배분기준 마련을 위해 곧 지방교부세법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박연수 지방지원본부장은 “최근 일부 지자체의 조례 개정을 통한 재산세율 인하 움직임은 정부의 세제개편 취지를 훼손하고 자치단체간, 계층간, 주택종간 새로운 불균형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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