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연구원은 “일본은 1990년부터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며 “이 시기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대였고 인구 구조가 고령사회에 해당하며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점이 현재의 한국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동일한 국민소득 수준과 인구구조하에서는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이 나타난다”며 “당시 일본의 소비 행태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향후 구조적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절약’과 ‘위안’, ‘실버’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는 ‘100엔숍’ 등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상품이 각광을 받은 동시에 고급 삼각김밥처럼 절약에 지친 소비자에게 위안을 주는 ‘작은 사치’ 소비가 주기적으로 유행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외출을 삼가고 가정간편식(HMR), TV게임 등 집안에서 소비 활동을 하는 ‘스고모리’(すごもり·둥지 속) 소비 형태도 대두됐다.
이 연구원은 “일본 PB(자체브랜드)산업이 50년이 넘는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왔다는 점에서 한국 PB상품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HMR를 중심으로 PB상품 차별화를 강화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을 추천했다. 이어 “‘스고모리’ 소비 형태는 최근 한국에서도 관찰되기 시작했다”며 “간편식의 인기, 주문형비디오(VOD) 시장 활성화 등이 이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VOD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주로는 CJ E&M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 시기 일본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건강관리 시장이 필연적으로 성장했다. 이 연구원은 “일본 제약회사들은 1990년대 빅뱅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다”며 “한국 제약 산업에서도 1990년대 일본과 마찬가지로 성공을 위한 키워드는 연구개발, 글로벌 진출, 구조조정, 신성장동력(바이오)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오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을 의미하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강국”이라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성과 셀트리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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