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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마켓] 고객 숙인 ELS 시장

원금 손실 속출에 발행 취소 잇따라<br>조기상환액도 크게 줄어 발행액 1년 안돼 반토막<br>단기물로 투자심리 쏠려 당분간 위기 돌파 힘들 듯


저금리 기조 속에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각광받던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주가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혹은 한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미리 약정한 수익률(평균 연 10% 수준)을 지급하는 상품으로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일부 상품에서 원금 손실을 본 사례가 나오고 조기 상환 금액이 재투자되지 않으면서 갈수록 발행액이 줄어들고 있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 ELS발행액(공ㆍ사모 합계)은 2조4,328억원(1,243건)으로 지난 2011년 10월(1조7,377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초만 하더라도 월 발행액이 5조원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안 돼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달 현재(12일 기준) 발행액이 7,340억원 수준이고 추석 연휴로 거래일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9월 발행 규모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ELS 발행액이 쪼그라든 것은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주가지수 부진으로 조기상환 금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 ELS는 3년 만기로 설계되며 3ㆍ4ㆍ6개월 단위로 일정조건을 만족하면 조기상환 되는데 그동안 대다수의 ELS 투자자들은 조기상환 달성을 하면 이를 재투자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스피2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의 지수가 부진을 보이면서 상환 기회가 이연되자 발행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주가지수 부진으로 'ELS 발행 -> 조기 상환 ->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8월 조기상환을 맞은 ELS 대부분이 코스피 200이 고점을 찍었던 올해 2월에 발행된 물량이었던 터라 상환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ELS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투자자의 경우 조기상환 조건을 달성하면 바로 수익을 실현하고 재투자에 나서지 않은 점도 ELS 발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종목형 ELS를 중심으로 원금 손실 사례가 나오는 점도 ELS 투자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상반기 발행된 ELS 중 GS건설ㆍ현대중공업ㆍ한진해운홀딩스ㆍOCI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의 수익률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ELS만기가 3년으로 설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까지 이들 종목의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ELS 손실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발행이 취소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8월 발행된 공모 ELS 중 취소 건수는 전월 대비 32건이 증가한 91건으로 추정된다. 일부 종목형 ELS를 포함해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중심으로 발행이 무산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지수형 ELS의 취소 건수는 3월 이후 20건을 지속적으로 웃돌고 있으며 8월 55건은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ELS 모집공고를 내면 판매 하루 만에 목표 청약 금액을 다 채웠는데 이제는 청약 미달 사태가 자주 나와 발행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ELS시장이 위축되자 단기물로 투자심리가 쏠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체 ELS 중 만기 1년 이내인 단기물(8월) 발행 비중은 7월 7.4%에서 4.9%포인트 급등한 12.3%를 기록했다. 사모 ELS 중 만기 1년 이내 단기물 발행 비중은 7월 13.6%에서 4.2%포인트 증가한 17.8%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대 수준이다.

원금비보장형 발행 물량도 줄어들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ELS를 주로 찾기 때문이다. 8월 원금 보장형의 발행 비중은 46%로 전달 7월 30% 대비 약 16%포인트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ELS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유로존 증시 상승에 힘입어 'Eurostoxx50'지수를 활용한 ELS를 비롯해 일부 증권사들이 자체 개발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출시되고 있지만 냉각된 투자심리가 일시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연구원은 "조기 상환 물량이 재투자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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