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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만에 되살아온 시인 권환

09/17(목) 16:36 <거꾸로 박힌 심장형 // 누런 밤나무 잎이 / 시냇물덮어 흐르는 //뻐꾹새 우는 소리 / 여기저기 들리는 // 내 고향의 뒷산 / 나는 온하룻밤을 자지 못했다 / 그 산 이름을 생각해내려고 / 깜박 잊어버린 그 이름을>('뒷산'에서) 카프(KAPF) 문학의 중추 인물이었던 시인 권환(1906-1954·본명 權景煥)이 작고 44년만에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權煥은 월북시인으로 분류돼 지난 88년 해금되기까지 국문학사에서 자취를 감췄던 인물. 그는 영남대 이동순 교수와 부산 동인고 황선열 교사가 함께 엮은 시집 「깜박 잊어버린 그 이름」(솔 펴냄)으로 자신의 이름을다시 찾았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權煥은 일본 교토제국대 독문과 재학시절인 1925년 일본유학생 잡지 「學潮」에 소설 <앓고 있는 영>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소설로 필화사건을 겪으며 일본 경찰에 검거·수감됐다가 귀국, 1930년부터 임화와 함께 카프 문학운동의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해방 후에도 조선문학가동맹 서기장으로 참여해 사회주의 민족문학진영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이같은 역정을 거치는 동안 강한 비판정신으로 식민현실에 대항했으며 공동체사회에 대한 희망도 줄기차게 시에 담아냈다. 그는 시와 소설 뿐 아니라 평론과 희곡 등 다양한 작품을 써내는 등 왕성한 문단활동을 보였다. 1948년 북한정권이 수립되자 대부분의 조선문학가동맹 소속 문인들이 월북길에 올랐으나 權煥은 부친상을 당한 데 이어 자신마저 폐결핵을 앓음으로써 끝내 월북하지 않았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의 오촌당숙 권오봉씨는 "권환은 사회주의 혁명투쟁과 관계없이 농민과 노동자의 삶 자체를 사랑했다"면서 "오히려 북한체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졌다"고 회고했다. 이런 사실은 역사학자인 고려대 강만길 교수에 의해서도 그대로 밝혀져 마산에서 살다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노동자, 농민을 노래하고 카프문학을 했다는 이유로 월북시인으로 잘못 분류돼 분단 이데올로기의 희생자가 됐다는 것.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은 모두 120편 가량. 이들 시는 1935년부터 해방 이전까지 주로 썼던 것으로 잡지나 신문에 발표된 것과 미공개작까지 망라돼 있다. 해방공간 시인들의 작품을 발굴, 재조명하고 있는 솔출판사는 지난 2월 백석의 시전집 「모닥불」과 이번 권환의 「깜박 잊어버린 그 이름」에 이어 조벽암, 이찬의 시전집도 올해 안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마/스/크/오/브/조/로' 24일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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