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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없는 성장은 산업구조 개편상 불가피"

박승 韓銀총재 "사회안전망이 보완해줘야"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고용 없는 성장은 성장엔진 교체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사회 안전망이 이를 보완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총재는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산업화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면서 “과거의 성장동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바꿔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의 성장엔진은 저임금, 정부주도, 노동집약형 산업 등이었지만 중국ㆍ인도 등의 부상에 따라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앞으로의 성장엔진은 지식기반 서비스업이 될 것이며 교체작업이 현재 곳곳에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가 연일 고용 없는 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성장과 고용이 괴리하는 현상이 한국경제에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4%는 미국 3.3%, 일본 1.8%, 유로 1.8%에 비하면 그다지 낮지 않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가 일자리 창출로 나타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기준년 개편을 통해 최근 새로 작성한 산업 연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1% 늘어날 때 만들어지는 일자리 수는 지난 90년 13만7,000명에서 95년 13만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00년에는 11만6,000명으로 줄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더욱 줄어 GDP가 1% 늘 때마다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9만명이 채 못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DP 1%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가 2002년 9만4,460명으로 추산된다고 올 초 밝힌 바 있다. 정보기술(IT) 부문이 확대되는 등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예전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경수 KDI 연구위원은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갈수록 고용창출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1% 성장이 9만명의 고용을 유발시킨다고 가정하면 내년 4%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36만명선. 매년 신규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인구 40만여명(정부 추산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생산성 향상과 노동의 질적 개선 효과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나오는 잉여노동자 등을 감안하면 매년 50만개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민간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그토록 성장률 5%에 목매는 이유 중 하나다. 만약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고 도로나 다리 등을 많이 지으면 GDP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성장과 고용악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성장률을 억지로 끌어올려 해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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