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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의 대혁신
입력1998-11-04 00:00:00
수정
1998.11.04 00:00:00
부실계열사를 정리해 그룹 전체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구조조정의 기본원칙으로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5대재벌 그룹들도 이미 경영상태가 좋지않은 계열사를 30%이상 통폐합 또는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쌍용그룹의 경우에 눈길을 끄는 것은 그룹의 핵심인 쌍용양회의 주력 공장과 쌍용정유를 매각키로 한 점이다. 쌍용제지를 미국회사에 매각한 이후 또다시 그룹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을 외국기업에 파는 것이다.알짜배기 기업이나 주력기업을 포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지지부진한 반도체빅딜 협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더라도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룹의 이미지와 총수의 자존심 때문에 쉽사리 포기 못하는 것이 우리 재계의 풍토이자 재벌의 속성이다. 쌍용의 경우 과거의 경영실패로 자금사정이 너무 어려워져 마지막 카드를 쓴 것이기는 하나 과감한 구조조정의지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몸집을 줄여 수익성있는 시멘트·건설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선진국 기업들의 구조조정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구조조정에 성공하면 현재의 눈물은 미래의 영광으로 바뀐다는 것이 세계기업사의 교훈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초청과 격려를 받은 13개 기업들도 쌍용과 비슷한 내용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었다. 『돈 못버는 재벌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金대통령의 발언은 재벌개혁의 핵심을 찌른 것이다. 중복과잉투자로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 문어발식 확장으로 불어난 외형만으로 재계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자세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주력기업이나 알짜배기 기업이라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내놓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라면 5대그룹이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00%로 줄이고 올해말까지 다른 업종간의 상호지급보증을 모두 해소하는 것이 반드시 무리라고는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쌍용의 경우처럼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도 내다 판다면 외자유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외자가 순조롭게 유치된다면 정부가 제시한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경영권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너무 높은 가격에 팔려니까 외국인들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쌍용이 보여준 구조조정의 모범적 사례가 다른 재벌그룹들에 귀감이 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구조조정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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