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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이 근로자를 위해 사용하라고 마련된 각종 기금을 일부 고위 간부들이 전횡한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휘청대고 있다. 조직의 2인자인 권오만 사무총장이 대출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배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이남순 전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간부들도 복지회관 건립대가로 수십억원의 발전기금을 받아 사용한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노총은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연이은 부정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수사가 확대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3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이 전 위원장(현 한국노총 장학문화재단 이사장)과 권원표 전 상임위원장(한국노총 비상임 중앙연구원 원장), 강찬수 전 수석부위원장 등은 지난 2003년 여의도 복지회관 건설사인 벽산건설로부터 28억원의 노조발전기금을 받았다. 검찰은 노총 간부들이 이 돈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만간 이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노총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벽산건설이 경쟁입찰을 통해 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기업이익 사회환원 차원에서 기부를 요청했으며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총은 “기존 회관에서 연간 10억원의 임대수입이 발생, 이 돈을 경상비로 사용해왔으나 회관 신축으로 이 수입이 끊겼다”며 “발전기금 일부가 직원급여 등으로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1주일째 검찰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하고 있는 권 사무총장도 택시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된 복지기금에 손을 댄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95년 7월부터 지난해말까지 택시근로자들의 복리향상 및 처우개선을 위해 택시업체들이 낸 부가가치세의 50%인 8,355억원을 환급해줬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의 열악한 작업환경과 처우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기금 가운데 상당수가 근로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일부 간부들의 주머니를 불리는 데 쓰여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권 총장이 위원장으로 재직해온 전택노련에게 지원된 150억원이 용처가 불분명한데다 권씨는 40억원의 거액을 임의로 대출하고 5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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