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간 실력 격차 이제부터 확실해진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이 속속 드러나자 전문가들 사이에 4ㆍ4분기 이후 업체 간 실적 차별화가 본격적으로 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ㆍ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과감한 투자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주도권을 이어간다는 전략이어서 올 4ㆍ4분기 이후 업체간 명암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현재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 2위 하이닉스, 5위 마이크론이 발표한 3ㆍ4분기 실적을 분석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어려운 시장여건에도 선방한 반면 마이크론은 3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주요 시장조사기관들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잉 우려로 지난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가격이 4ㆍ4분기에도 10% 이상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 마이크론에 한차례 더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전자ㆍ하이닉스는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잠재 경쟁대상의 추격을 확실하게 따돌린다는 전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다. 반도체총괄의 영업이익이 2ㆍ4분기 8%에서 3ㆍ4분기 18%로 10%포인트나 늘어나 ▦제품 ▦기술 ▦시장의 차별화 전략을 한층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비메모리ㆍ퓨전반도체ㆍ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등 3대 반도체 신성장동력의 성장세가 안정적인 수익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ㆍ4분기 고부가 제품인 모바일 D램, 그래픽 DDR의 비중을 40%선까지 끌어올려 범용 D램 가격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ㆍ4분기 D램 평균 판가는 개당 3.37달러로 마이크론(3.30달러), 키몬다(2.95달러), 엘피다(2.79달러), 하이닉스(2.64달러) 등을 앞질렀다. 경쟁업체보다 6개월~1년 앞서 차세대 공정을 도입하며 고용량 제품을 주력으로 부상시킨 것도 앞선 차별화된 실적의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올 3월 세계 최초로 60나노미터(㎚)급 D램을 양산하며 생산성을 15% 향상시켰으며 3ㆍ4분기에 안정적인 수율에 진입하며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지난 4월부터 50㎚급 공정을 적용, 내년부터 50㎚ 공정을 도입하는 경쟁사들보다 생산성에서 앞서고 있다. 3ㆍ4분기 2,54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17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비중 확대와 함께 경쟁력이 떨어진 8인치(200㎜) 라인 생산비중 축소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계절적인 성수기에도 제품 가격이 하락한데다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초기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당초 예정됐던 올해 4조원의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집행, 66㎚ D램 제품의 생산을 늘리는 한편 낸드플래시의 경우 48㎚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CMOS이미지센서(CIS)로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재진입, 메모리반도체 외에 비메모리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3ㆍ4분기(6~8월) 1억6,1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1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3분기 연속 적자로 올 누적적자만 3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직원을 감원하고 낸드플래시와 CIS 투자확대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지만 4ㆍ4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2ㆍ4분기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독일 키몬다와 대만의 난야ㆍ파워칩 등도 3ㆍ4분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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