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휴대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휴대폰 시장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은 지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 11~12억대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위축 조짐은 지난해 4ㆍ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고 대다수 제조사들의 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이러한 영향으로 올해 시장은 고가와 저가로 양분되는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영조 삼성전자 전무는 “올해는 교체수요마저 줄어들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최대 10%까지 역성장 전망=주요 휴대폰 제조사 및 시장조사기관들은 한목소리로 올해 휴대폰 시장이 뒷걸음질 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1위 노키아는 마이너스 10% 가량, 삼성전자는 마이너스 5~10%, LG전자는 마이너스 3% 등 올해 시장이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침체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가릴 것 없이 찾아오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시장은 두자릿수 이상 수요가 감소해 2004년 수준으로, 성장 동력이었던 신흥시장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계절적인 비수기에 경기침체까지 더해 전년 대비 10~15%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1ㆍ4분기가 가장 큰 고비다. 업계 전문가들은 1분기가 전체 휴대폰 시장의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했다. 딕 코미야마 소니에릭슨 CEO는 “올해, 특히 상반기에 시장 침체 현상이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세 지속=불경기로 인해 사용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격 하락 현상이 가파라지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1~3위 업체인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평균판매단가(ASP)는 직전 분기보다 약 10%씩 낮아졌다. 저가 제품 비율은 늘어났고, 고가 단말기의 가격도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ASP 하락 현상이 올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인하는 업체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에 9.4%(766유로)의 영업이익률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 23.3%(2,594유로)보다 크게 줄었다. 이는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3분기까지 두자릿수의 수익성을 유지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자릿수(3%, 5%)로 떨어졌다. 글로벌 4~5위인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는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태다. ◇고가폰과 저가폰 양극화 현상 심화될 듯=전체 시장은 중가폰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가폰과 저가폰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불경기에는 저가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한편,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는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휴대폰 제조사들은 고가폰으로 수익성을 지키면서 저가폰으로 물량을 늘리는 전략을 위기 탈출의 해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비중을 2배 이상 늘려 고가폰 시장을 선점함과 동시에, 50달러 미만의 저가폰 시장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도 멀티미디어폰, 메시징폰, 스마트폰으로 고가 시장을 노리고,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중저가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시장의 교체수요가 줄어들어 올해 시장은 마이너스 6% 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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