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ㆍ고유가ㆍ고환율 등의 여파로 기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상장사 중에서 적자를 낸 기업들이 크게 늘어났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지난해 적자로 돌아선 기업은 전체의 28%로 전년 17%보다 11%포인트나 높아졌다. 업종별로 보면 철강ㆍ의약품ㆍ운수장비 등 3개 업종만 순이익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업종은 모두 적자를 냈다. ◇적자기업 160개사에 달해=분석대상 유가증권 상장사 563개사 가운데 71.58%에 달하는 403개사가 순이익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반면 나머지 160개사(28.42%)는 적자를 냈다. 지난 2007년에는 흑자기업과 적자기업의 비율은 각각 83.06%, 16.94%였다. 적자 기업 160개사 가운데 96개사는 2007년에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하이닉스반도체가 4조7,196억원의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으며 시가총액 3위 기업인 한국전력공사도 2조9,525억원의 손실을 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고유가ㆍ고환율 등의 여파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은 끝에 각각 1조9,424억원, 2,272억원의 손실을 보이며 적자로 반전됐다. 이밖에 성진지오텍ㆍ쌍용양회공업ㆍ한진ㆍ두산인프라코어 등이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보이며 적자로 전환됐다. 반면 2007년에는 적자를 냈지만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 회사는 23개사에 달했다. 인디에프는 2007년 240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2008년에는 524억원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로 전환됐다. 이밖에 동아제약(-30억원→434억원), 삼성SDI(-5,922억원→389억원), 이수화학(-103억원→359억원), 동부건설(-326억원→238억원) 등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철강ㆍ운수장비ㆍ의약품 3개 업종만 흑자=업종별로 보면 기계ㆍ섬유의복ㆍ운수장비ㆍ유통업ㆍ의료정밀ㆍ의약품ㆍ종이목재ㆍ철강금속ㆍ화학 등 9개 업종이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냈다. 그러나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철강금속ㆍ의약품ㆍ운수장비 업종 등 3개 업종만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금속 업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회사들의 선전으로 흑자를 냈으며 운수장비 업종에서는 현대차ㆍ기아차와 같은 자동차 회사들과 대형 조선사들이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의약품 업종은 경기침체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경기방어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주현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ㆍ4분기에는 고유가ㆍ고환율 등의 변수가 기업실적에 영향을 미쳤으며 경기가 급속히 악화된 지난해 4ㆍ4분기에는 수요 감소와 함께 매출액이 줄어드는 양상이었다”며 “에너지 관련 업종의 매출액 감소가 두드러졌으며 정보기술(IT), 철강 등도 그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으로는 포스코, 순이익으로는 삼성전자 1위=상장사 가운데 최고 수익을 기록한 업체는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포스코가 1위를 차지했지만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가 앞섰다. 이는 포스코의 외화 관련 손실이 1조,6000억원으로 대규모 영업외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외에 신한지주가 2조2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금융회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순이익 상위 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전년 동기보다 40%를 웃도는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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