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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예금 금리인하 '미적미적'

기준금리 파격 인하 불구 유동성 최대한 확보위해<br>우리銀만 내달 수신금리 0.3~0.75%P내리기로<br>국민·하나銀은 시장금리 동향따라 폭·시기 결정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무려 0.75%포인트나 인하했지만 은행들은 과거와는 달리 예금과 대출금리 인하를 미루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시장금리의 움직임에 발 맞춰 예금 및 대출 금리 인하 폭과 인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은행만이 기준금리 인하폭을 반영해 다음달 3일부터 예금금리를 0.3~0.75%포인트 내리기로 했을 뿐 다른 은행들은 구체적인 인하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아래 시기와 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시장금리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인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미루는 것은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최근 증시 침체 여파로 시중 자금이 은행권의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몰리면서 은행권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한 달 동안 은행 수신은 7조6,000억원 늘어 잔액이 887조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증시가 출렁거렸던 지난달 16일부터 30일까지 보름 동안 무려 10조원이나 늘어났다. 반면 9월말 현재 24개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잔고는 31조9,810억원으로 한달 동안 3,542억원이나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시장금리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어 예금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힘들다"며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은행채 상환 자금을 마련할 방법도 없고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마저 꽉 막혀 있어 유동성 확보차원에서라도 금리를 선뜻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리를 조정한 우리은행 역시 초단기물인 1개월 예금금리만 기준금리 인하 폭과 같은 0.75%포인트를 내렸다. 주요 판매 상품인 1년 정기예금의 영업점장 전결금리 인하 폭은 0.3%포인트에 불과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은행채 시장은 여전히 경색돼있다"며 "은행채 시장이 어느 정도 풀리느냐에 따라 1년 정기예금 등의 금리 인하 폭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즉 CD금리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금리 인하 폭이 크지만 그 효과가 시중금리 인하로 이어지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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