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계약전력 3,000kW 이하 일반용ㆍ산업용 수용가(전력소비자) 4만여곳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선택형 요금제에 가입한 수용가가 800여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경부는 당초 3,000개 이상의 수용가가 이 요금제를 선택해 20만kW 이상의 전력 감축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으나 목표의 30%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선택형 요금제가 전력 수급에도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미국ㆍ프랑스 등 선진국이 운영 중인 선택형 요금제는 전력 피크와 비피크 사이의 요금 격차를 벌려 수요를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에서 이 요금제에 가입한 수용가는 동계 59일(1월1일~2월28일) 중 한전에서 정한 피크일(10일)의 중간부하 및 최대부하 시간대에는 높은 요금을 내고 피크일의 경부하 및 기타 49일의 모든 시간대에는 현행 요금보다 싼값에 전기를 쓸 수 있다.
피크와 비피크 사이의 요금단가 차이는 기존 요금제보다 최대 5배 정도가 더 벌어진다.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만 이동할 수 있다면 수용가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그러나 "전기와 같은 공공재를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방식에 우리 국민들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3월이 돼야 효과를 분석할 수 있겠지만 최초 설계한 대로 이행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이 요금제가 수요 분산 등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이 이 요금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는 계약전력 3,000kW 이하 수용가로 제한해 중소업체나 상가 등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 공장 등이 이 요금제를 활용하게 되면 전력 피크 수요 분산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기존에 주간예고 등 다양한 수요관리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에까지 선택형 요금제를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요금을 재설계해보겠지만 대기업들이 이미 수요관리제도를 통해 정부 기금지원 등을 받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중 혜택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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