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의 종합소득에서 각종 공제(기본ㆍ추가ㆍ특별공제 등)를 뺀 과세표준이 3억원을 초과하면 기존보다 3%포인트 더 높아진 38%의 최고세율로 소득세를 내야 한다. 올해부터 8,800만원 초과 과표구간의 소득세율을 2%포인트 인하(35%→33%)하기로 했던 당초의 감세조항이 삭제돼 과표 8,800만원 초과~3억원 이하의 종합소득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은 35%의 세율이 매겨진다.
또 올해 정부의 4대강 관련 사업 예산(저수지 둑 높이기)은 원안보다 2,000억원 삭감됐으며 일자리 지원 예산은 4,756억원 늘어난다.
국회는 지난 2011년 12월31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 및 새해 예산안을 수정 처리했다. 이날 정부예산 총액은 지난해 9월 제출됐던 원안보다 총 7,000억원 순삭감된 325조4,000억원 규모로 통과됐다.
◇한국판 버핏세 증세론 탄력=국회가 당초 예정됐던 소득세 추가감세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최고과표구간 신설 및 최고세율 인상을 선택한 것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국가 재정을 확충하자는 취지의 일명 '버핏세' 도입 차원으로 풀이된다.
버핏세는 12월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52명이 과표 2억원 초과구간을 신설해 38%의 소득세율을 적용하자는 내용으로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회기 막판에 극적인 동력을 얻었다. 국회의원 30명 이상이 공동으로 요구하면 이미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서도 수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버핏세 도입 없이 가결된 상태였다.
한나라당은 고민 끝에 12월31일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 결과 수정안을 다시 고쳐 신설할 최고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세율 38%)'로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당론이 모였고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안이 157명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민주당도 과표 2억원 초과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38% 세율을 매기자는 안을 본회의에 제출했지만 한나라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한나라당은 이번 소득세 개정으로 총 6만3,000여명의 고소득자가 38%의 최고세율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 유형별로는 양도소득자 3만5,000명, 사업소득자 2만명, 근로소득자 8,000명 등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회의 이번 부유층 소득세 증세 결정은 법인과 개인 간 세율 형평성 논란을 남기게 됐다. 국회가 최근 통과시킨 개정 법인세법은 과표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구간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하(22%→20%)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나라살림에 2조원대 여윳돈 효과 기대=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이번 예산안 및 세법 개정안 처리로 정부의 올해 살림살이에 2조원대의 여윳돈을 보태주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 1조원 이상의 세수 증대가 예상된다. 이 중 버핏세 도입 직전인 12월28일까지 국회가 개정한 주요 세법만 해도 올해 추가로 늘어날 세수가 1조원에 달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7,700억원대 규모의 버핏세 세수효과 중 일부가 올해에 반영될 경우 올해의 정부 세수는 1조원을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국회의 예산안 처리 결과에 따라 정부가 지출에서 총 7,000억원을 순삭감하면 그만큼 여유재원을 갖게 된다. 삭감된 주요 예산사업 및 삭감액 규모를 보면 ▦4대강 관련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2,000억원 ▦제주해군기지 1,278억원 ▦해외자원개발출자 1,600억원 등이다.
이처럼 나라살림에 2조원대의 여유가 더 생길 경우 정부가 올해 경기둔화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높아진다. 또 정부가 내년부터 적자재정을 벗어나겠다며 밝힌 '2013년 균형재정' 방침을 달성하는 데도 한결 부담이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회의 이번 예산안 및 세법 개정안 처리가 전반적으로는 정부의 재정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등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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