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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리스크에 식은땀… 내년 경영계획 오리무중

"변수 많아 계획 세워도 무의미 가능성"

내부 초안 완성하고도 외부 공개 미뤄


#1.현대차그룹의 산하 연구소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매년 10월 중순께 이듬해의 시장 전망 보고서를 공개한다. 자동차 업계의 내수와 해외시장 전망은 물론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예측까지 함께 담기는 보고서다.

하지만 이 연구소는 통상적인 공개시점이 한 달 가까이나 지난 현재까지 '2015년 경영환경전망'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16일 "내부적으로 초안은 완성된 상태이지만 올해는 보고서를 아예 공개하지 않는 방향도 검토 중"이라며 "환율불안과 통상임금 등 외부적인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로서는 무의미한 예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 전자계열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과 LG는 산하 경제연구기관이 분석한 내년 환율전망과 경제변수를 토대로 계열사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은 이달 중순, LG는 이달 말까지 업적보고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으로 내년 밑그림 그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들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내년 사업계획을 간략히 밝힐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환율변동이나 FTA 같은 고려할 변수가 많아지면서 예측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종의 특성상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점도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재계가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자세한 내용도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목소리가 경영전략실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세법개정과 통상임금도 중요 변수로 꼽힌다.

당장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일년 농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영계획 수립의 첫걸음은 환율 예상에서 시작하는데 시장이 급변동하고 있어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기업은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100원대로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임원인사를 앞두고 환율 방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통상 3월에 이뤄졌던 임원 인사가 올해는 1월로 앞당겨지면서 경영계획 수립 역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환율 변동폭이 벌써 예상치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을 달러당 1,070원선으로 잡았는데 최근 환율은 달러당 1,100원대를 넘어서 30원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환율이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철광석 등 원재료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철강기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달러를 빌려오면서 물어야 하는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의 3·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분의1 토막 수준으로 급락했다.

재계는 내년 환율이 대체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원화와 엔화가 동조화돼 움직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데다 내년 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예상돼서다. 실제로 포스코경영연구소는 내년 원·달러 환율을 올해 달러당 1,046원보다 14원 높은 1,06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평균 환율이 1,075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한중 FTA 역시 경영계획의 변수로 꼽힌다. 수백가지에 이르는 구체적 수출 품목별 관세인하 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중국 수출계획을 짜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FTA 가서명 단계는 돼야 정부가 구체적 항목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돼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통상임금도 경영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상황이지만 현장 곳곳에서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조선·정유화학 업계의 고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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