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아동발달지원계좌(CDA)’ 사업을 예정보다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어서 사업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23일 기획예산처와 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당초 오는 7월로 예정된 CDA 시범사업을 3개월 앞당겨 4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표현상 ‘시범사업’일 뿐 CDA사업의 특성상 대상 아동이 확정되면 앞으로 10년 이상 장기간 국가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실상 ‘본사업’이나 다름없다. CDA는 부모나 후원자가 저소득ㆍ시설보호 아동 등에게 매달 1만~3만원을 적립하면 국가가 같은 금액을 만 18세까지 지원하는 일종의 ‘적금통장’ 지원사업이다. 예컨대 현재 만 4세의 시설 아동이 후원자의 도움으로 CDA 통장을 개설, 매달 3만원을 적립하면 정부 지원금 3만원이 더해져 향후 14년간 이자를 제외한 원금만 최소 1,008만원이 만들어진다. 이 아동은 만 18세 이후 적립금을 학비나 창업ㆍ주택자금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안정적 후원금 확보 방안 ▦후원금 중단시 대책 ▦전국 후원 현황 파악 등 기본적인 대책마련도 없이 사업 시행만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좋은 취지의 사업이 복지부의 졸속 정책으로 용두사미가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시범사업을 위해 확보된 예산은 7~12월까지 총 33억2,700만원. 당초 복지부가 4만1,000명분을 목표로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획처는 3만7,000명분으로 예산을 삭감했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월평균 3만원가량의 후원금이 아동들에게 들어오고 있다고 추정하지만 낙후된 지역의 아동시설은 후원금이나 결연이 아예 없는 곳이 많다”며 “시설보호 아동이 받는 후원금도 워낙 적어 학습교재비로 쓸 돈도 부족한데 현실적으로 매월 적금을 부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삭감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복지부가 CDA 후원관리기관으로 선정한 한국복지재단의 한 관계자도 “현재 전국 16개 지부를 통해 전국 단위로 후원자를 관리해야 하는데 인력이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현재 결연사업 담당자가 전국에 103명밖에 안되는데 4월 시행을 위해 복지부가 지원하는 인력은 단 2명”이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 어렵게 저소득 아동과 후원자간 1대1 결연이 성사되더라도 향후 후원이 중단됐을 때가 더 큰 문제다. 다른 후원자를 다시 물색해 연결하는 작업이 결코 만만찮을 뿐더러 나이가 많은 아동일수록 후원자를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아동복지팀의 한 관계자는 “관리자 한 명이 더 있는 것보다는 사업 성공을 위해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게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관련 캠페인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캠페인이 가시적 성과를 얻기에는 4월 시행 전 한 달 남짓 남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복지부는 사업 시행이 임박한 지금까지 전국 단위의 후원 현황 실사조차 벌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후원 아동과 관련한 전국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관련 현황을 내부파악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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