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동산 중개업소의 전화통은 불이 났다. 중개업자들은 불만이 가득 차 정부를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잠실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매가 모처럼 살아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헛발질 정책들이 오히려 시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차라리 무대책이 상책인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지난 5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야심 차게 전월세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 만이다. 전형적인 '조삼모사'이자 탁상공론이 만들어낸 졸작이 됐다.
이뿐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를 살리겠다며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대책들이 줄줄이 엇나가고 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현정부 들어 정부 발표 이후 갈팡질팡한 굵직한 정책만도 8가지에 이른다. 임대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부터 △경제혁신3개년계획 혼선 해프닝 △공공기관 정상화의 낙하산 방지 허탕 논란 △개인정보보호 관련 텔레마케터(TM) 영업 전면제한 번복 △수서발KTX로 철도파업 겪은 뒤에야 불법 파업보완 대책 마련 △코넥스 출범 후 불과 100여일 만에 보완대책 발표 △소득세 증세 관련 중산층 기준 수정 파동 △4ㆍ1주택시장정상화 대책 이후 보완책 남발 문제 등이다. 지난 1년간 두 달에 한번꼴로 '사고'를 친 셈이다. 정부가 설익은 방안들을 조급하게 쏟아냈다가 여론 등의 반발에 부딪히면 곧잘 '수정' '보안' '혼선' '철회'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정책 헛발질'이 반복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경제주체들의 이해관계는 급속하게 분화·다양화하며 4차원·5차원으로 흘러가는데 관료들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1차원적 사고에 갇혀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내가 옳다'는 사고에 젖어 일방통행식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공급자 위주 정책(6일 정홍원 총리 국가정책조정회의 발언)'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책을 생산하려면 정확한 통계가 필요한데 '부실통계'가 허다하다. 세입자의 공제율을 높인다고 했지만 전월세 임대차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보니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수요예측 실패'라는 비판을 받는 것 또한 제법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안마다 부처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는 관련부처에 공허하다. 기초노령연금-국민연금을 연계한다는 방침은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반기를 들며 자진 사퇴했다. 낙하산 방지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갖은 편법을 동원해 산하기관으로 이동하는 행태 앞에서는 정책의 신뢰마저 잃었다. 정책 사령탑인 기획재정부는 '청와대의 힘'에 무기력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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