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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
입력1999-05-25 00:00:00
수정
1999.05.25 00:00:00
이용웅 기자
마약과 폭력에 찌든 영화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 한 편이 소개된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주연배우 두 명이 여우 주연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보통사람들의 힘든 일상과 사랑 그리고 절망을 담고 있다.강렬한 사운드도 폭발적인 에너지도 눈을 훔치는 어지러운 풍광도 없는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프랑스의 에릭 종카 감독이 장편에 처음 도전한 영화.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느끼게 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서였다. 나는 세상과 사회에 대한 진실을 만들어내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 이상은 다큐멘타리의 전통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의 조우이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와 단편들을 만들었던 종카 감독이 42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만든 장편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스물 한살짜리 두 처녀의 꿈 그리고 절망을 차분하면서도 엄숙하게 그리고 있다.
이자(엘로디 부셰)는 배낭 하나를 덜렁 등에 달고 다니면서 자신이 만든 카드를 판다. 처음에는 친구도 없었고 도시는 낯설었다. 공장에 취직한 이자는 그곳에서 만난 동갑내기 마리(나타샤 레니에)와 한 집에서 살게된다. 집주인인 모녀가 교통사고로 입원한 사이에 잠시 집을 보아주는 처지.
영화는 이자와 마리의 평범한 삶을 통해 밑바닥 인생이라는게 언제나 그렇듯이 빡빡하고 막막한 프롤레타리아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그녀들 앞에 세 사람의 남자가 등장하는데 한명은 부자이고 두 명은 가난하다.
이자와 마리는 나이트클럽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는 후레도(조 프레스티아)와 샤리(패트릭 메카도)를 만나 싸우기도 하고 함께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잠자리도 같이 한다. 그런데 부자인 크리스(그레고기 콜린)가 마리의 몸과 마음을 훔친다.
계층상승을 꿈꾸는 마리, 그런 마리가 어리석게만 보이는 이자.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이런 별볼일 없는 이야기들을 그저 평범하게 나열하고 있다. 배우들의 능숙하면서도 내면적인 연기가 영화를 전혀 튀지 않게 만든다. 답답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프롤레타리아들의 라이프 스토리.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영화이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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