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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배운다] 뺑소니 목격한 시민 "증인 서주겠다"
입력1999-04-19 00:00:00
수정
1999.04.19 00:00:00
洪錫柱 조흥은행 리스크관리실장대부분의 영국 도로에서는 위험하지만 않다면 굳이 건널목이 아니라도 각자가 편하게 건너 다닐 수 있다. 런던의 금융중심지 CITY도 그런 전형적인 영국식 도로의 예외가 아니었는데 여기서 사건(?)이 있었다.
차의 통행방식이 우리와는 달리 좌측통행이어서 길을 건널 때 좌우를 살피는 습관을 거꾸로 바꿔야 하는 까다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미니 밴이 나의 팔을 부딪히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갑작스러움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멋있는 스포츠카 한 대가 멈추더니 말쑥한 차림의 영국신사가 다가와 다친데는 없느냐고 확인했다.
자신이 그 뺑소니 미니 밴의 차량 번호를 보았으니 증인으로 설 용의가 있다면서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 필요시 언제라도 전화를 달라는 것이었다.
글쎄…. 나라면 분명히 그냥 비켜 지나갔을 일이므로 이 사건에 등장한 영국신사가 매우 특이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그 때 영국에 살았던 우리나라 사람들을 통해서 비슷한 경험담을 여러번 들으면서 성숙한 사회의 일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남이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도움을 주는 것은 어쩌면 건전한 상식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간단한 상식이 잘 통하지 않고 오히려 어려운 처지에 처한 다른 사람을 외면하여 발생한 우리사회의 여러 어두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곤 한다.
내가 근무하던 시기는 88 올림픽 개최 등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고, 영국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국은 이제 「해가 지는 나라」라고 비하하면서 몇 년 후면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영국보다 앞설 수 있다고 우쭐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어찌 국민소득의 규모만으로 그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거창한 구호보다는 공동체를 구성하는개개인의 사소하지만 성숙된 행동이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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