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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참배·망언 화나도 공통의 이익 위해 대화 필요
사드 한반도 배치 공감 얻으려면 중국에 충분한 정보 제공부터
미일은 적대국 아닌 동맹관계… 역사 문제 사과하라 압박 못해
북핵 문제 해결엔 시간 걸려… 서두르지 말고 차분한 접근을
미국과 중국의 국제 관계 전문가들이 일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은 문제가 있지만 경제·문화적 영역에서는 한일 양국 간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개최하는 '아산플래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자칭궈(사진 왼쪽) 베이징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들은 28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과 실용주의적 관계를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자 교수는 "역사 왜곡이라는 하나의 이슈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며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동이나 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으로 화가 나지만 경제나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는 실리를 위해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 회견을 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시러큐스대 맥스웰스쿨 학장(전 국무부 부장관·오른쪽)도 "한국과 일본은 역사가 아니라 공통의 이익이 있는 영역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단 스타인버그 학장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등으로 가까워진 미일 관계를 고려, 미국이 일본에 직접적으로 역사 문제를 사과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압박은 적대국에나 하는 것인데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동맹국으로 압박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과거 잘못한 점도 있지만 2차 대전 후 70년 동안은 동아시아 지역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해왔다"고 두둔했다.
자 교수는 미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은 언제나 경험과 자원이 풍부한 미국의 가입을 환영한다"며 "미국도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중국이 국제금융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을 키우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자 교수는 "사드가 북한의 고고도미사일을 타격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의도하지 않게 중국의 군사적 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이 정확하게 북한만을 목표로 한 것인지, 중국에 영향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먼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국과 중국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인버그 학장은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인 만큼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8일 개막한 올해 아산플래넘은 '미국의 귀환'을 주제로 29일까지 이틀간 개최된다. 동북아와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해 달러화 강세, 군사력 강화 등으로 부활한 미국이 국제질서에 미치게 되는 국제질서 재편 전망 등을 논의한다. 시드니 사일러 미국 국무부 6자 회담 특사를 비롯해 우젠민 전 중국외교학원장,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기 소르망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최용순·이경운 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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