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한국경제의 ‘캐시카우(cash cow)’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ㆍ철강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산업들은 모두 수출 중심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대형 가전유통업체인 서킷시티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국내 가전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타격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한계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생존전략을 짜고 있다. 하지만 침체가 끝난 후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선투자ㆍ인력양성 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공급과잉에 세계적인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해 수익성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1Gb D램 가격 1달러선이 무너졌고 16Gb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2달러선이 붕괴된 상태. 실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의 3ㆍ4분기 영업이익은 2,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1 수준에 머물렀다. 대표적 수출산업인 자동차 산업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10월 수출실적은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감소로 26만5,065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나 떨어졌다. 이에 따라 GM대우는 올해 말부터 모든 공장의 생산라인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으며 쌍용자동차는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도 세계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9월부터 폴리에틸렌(PE) 등 주요 유화제품 수요가 급감해 제품 가격이 올해 최고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수직 낙하한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에 벌어놓은 이익을 4ㆍ4분기에 다 날릴 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 이후 중국 내 중소 화학 및 플라스틱 업체가 무려 7만개나 도산했다고 하는데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선ㆍ철강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조선 업계는 선박금융시장 위축으로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일부 중소형 중소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철강 업계 역시 산업수요가 급감하면서 넘쳐나는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감산 및 가격인하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따라 중소 철강유통 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도산하며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의 계절’에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보 등 생존에 주력해야 하지만 침체기가 끝난 후 다가올 ‘봄’을 대비해 기술개발 및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휘석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은 “내년에는 수출이 적게는 7~8%, 많게는 10%나 위축될 수 있어 수출 중심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 부문의 몸 사리기가 지속될 경우 아직까지 괜찮은 대기업들에도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은 “1980년대 불황 뒤에 정보기술(IT) 산업이 등장했듯 불황기 뒤에 새롭게 각광 받을 산업을 예측해 미리 투자해야 한다”며 “불황일수록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지양하고 인재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노조도 사측과 힘을 합쳐 고용안정성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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