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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 출신 임원 영입, 은행권 "아직은…"

“기존 고객층을 다시 분석해 숨은 고객층을 재발견하시오.” 지난 2004년 신한은행 개인고객부 산하 일단의 팀원들은 직원들은 이 같은 최고경영자(CEO)의 특명을 받고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 앞서 이들은 새 고객관리시스템(CRM) 개발을 위해 3박4일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거쳐 대안을 도출했지만 CEO로부터 “공부 좀 더하고 오라”는 꾸지람만 들은 뒤였다. 그들이 CEO의 지시로 뉴욕에서 만난 이는 미국 카드업계 공룡 아메리카익스프레스(아멕스)의 양현미 당시 CRM부장. 양 부장으로부터 선진마케팅기법의 힌트를 얻은 팀원들은 1년간 연구 끝에 국내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는 CRM을 개발할 수 있었다. 양 부장은 2007년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의 본부장으로 영입됐는데 각 지점창구의 컴퓨터가 직원에게 내방객 상담 방법까지 지도하는 지능형 접객시스템(일명 마이더스)를 개발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최근 KT의 임원(개인고객전략본부장)으로 재영입돼 롱런(long-run)의 가도에 접어들었다. 이달 22일 저녁 국민은행이 발표한 임원 인사 명단에서도 외국금융사 출신 인재들의 ‘프리미엄’은 새삼 입증됐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이찬근 전 하나IB증권 대표이사가 국민은행의 부행장으로 재영입된 것. 이 부행장의 영입에 대해 그를 잘 아는 한 금융사의 CEO는 “정말 젠틀(gentle)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데려갔다”고 평가했다. 능력 만큼 몸값을 인정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또 다른 금융사 CEO는 “외국 금융사 출신자들의 장수 비결이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생 뼈 빠지게 일해도 ‘별’(임원직) 한번 달아보기도 힘든데 토종 금융인들로선 여러 회사에서 연이어 임원으로 영전되는 외국금융사 출신들의 생명력의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비결에 대해 한 금융사의 인사담당 간부는 ▦확실한 주특기 ▦국제적 감각 ▦국내 금융사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접촉기회를 꼽았다. 즉, 헤드헌팅 된 외국금융사 출신자들을 보면 대체로 국내 은행 등이 취약한 기업금융(IB), 국제영업 등의 분야에서 확실한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이중에는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지점 대표나 임원 등을 역임했던 경우가 많은 데 당시로선 고객사이거나 제휴사인 국내 은행의 임원들을 상대로 각종 사업 관련 프리젠테이션을 하다가 해당 은행 등의 CEO의 눈에 들어 영입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은행이나 은행계 지주에서 외국계 금융사 출신자의 임원 영입은 흔치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0년간의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및 지주사의 인사 내용을 집계한 결과, 2000년 이후 해당 은행 및 지주의 임원으로 영입된 외국금융사 출신자는 1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국민은행이 7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다른 5명중에서도 4명은 하나지주와 하나은행 임원들이었다. 증권가와 달리 시중은행에서 이처럼 외국계 인재들의 수혈이 부진한 것은 ▦공채기수 중심의 보수적인 인사체계와 순혈주의 ▦성과와 연동되지 못한 경직된 보수체계 ▦영입 인재에 대한 사후 관리 시스템 미흡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직장인의 경력관리에 대한 문화적 차이가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외국계 금융사의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여러 회사로 자리를 옮겨가며 경력을 쌓고 몸값을 높이는 것이 능력있는 인재의 ‘훈장’으로 평가 받지만 한국에선 ‘엉덩이가 가볍다’거나 ‘낙하산 인사’라는 식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계 출신이 헤드헌팅 제의에 선뜻 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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