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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 ‘불안한 나날’
입력2004-02-03 00:00:00
수정
2004.02.03 00:00:00
김이경 기자
한국군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 주변의 치안 불안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1일 키르쿠크 북쪽 87㎞ 지점의 이르빌에서 쿠르드애국동맹(PUK) 당사와 쿠르드민주당(KDP) 당사에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57명이 사망하고 235명이 부상했다. 지난달 31일에는 키르쿠크에서 남서쪽으로 45㎞ 떨어진 곳에서 미군 3명이 매설 폭탄 공격으로 숨졌으며, 25~29일에는 키르쿠크 미군 기지에 저항세력의 로켓 공격이 잇따랐다.
키르쿠크 지역의 치안 불안 양상이 이처럼 증폭되고 있는 이유는 종족간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기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40%)족은 후세인 정권 하에서 탄압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에 협조하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후 이라크 북부에서 사실상 자치를 누리게 됐다. 최근에는 자치지역을 남쪽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으며, 이라크에 연방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키르쿠크가 쿠르드 자치지역에 편입될 경우 각종 이권에서 소외되고 결국 살 곳을 잃어버리게 될 아랍인(30%)과 투르크멘인(터키계ㆍ25%)들은 쿠르드족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1일 자살 폭탄 테러도 급진적 이슬람 무장단체인 안사르 알-이슬람 그룹이 키르쿠크 지역을 쿠르드 자치지역으로 편입하려는 PUK와 KDP에 반대해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 공격 양상의 변화도 키르쿠크 불안에 한 몫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13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뒤 저항세력의 공격은 한동안 잠잠해졌지만, 지난 달 들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바그다드를 포함한 수니파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공격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북부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항세력 공격의 중심이 수니파 삼각지대에서 키르쿠크를 중심으로 모술, 이르빌을 잇는 신 삼각지대로 옮겨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후세인을 추종하는 이라크 무장 저항 세력들이 주 활동지역을 키르쿠크로 옮겨 `연합군으로부터 이라크 해방을 위한 저항 운동`이라는 단체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보다는 상대적으로 공격에 취약한 대상을 노린다는 저항세력의 타깃 변화는 한국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달 키르쿠크에서는 주요정당, 외국인 구호단체에 `연합군과 협력하면 공격 당할 것`이라는 내용의 경고 전단이 뿌려졌으며, 그 뒤 외국의 구호단체들이 잇따라 로켓포 공격을 받았다. 이는 이라크 재건을 위해 파병 되는 한국군 역시 저항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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