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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한국판 '지방의 도전'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7~8년 전쯤 일본에서「지방의 도전」이라는 책이 대단한 화제를 일으킨 일이 있다. 인구 8만밖에 안되는 시마네켄(島根縣) 이즈모(出雲)라는 시골도시의 민선시장(民選市長)이 쓴 행정개혁의 외침이자 그 실천기록이었다. 이와구니 데쓴토(岩國哲人)시장, 그는 세계 최대 증권회사이며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미국 본사의 수석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고향으로 돌아가 시장선거에 나선 사람이다. 당선되자마자 그는 「행정은 최대 서비스 산업」이라는 말을 앞세우며 지방관서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개혁을 단행해 갔다. 『관청 서비스란 찾아오는 사람을 그냥 기다리는,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야 한다. 토·일요일에는 장터나 쇼핑센터에 이동서비스 코너를 만들고 민원사무를 봐야 한다.』 『공무원들은 시간에 대한 코스트 의식이 결여됐다. 업무의 스피트감이 없다. 1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예사로 2~3년씩 끈다. 무얼 하려면 하나같이 「돈이 없다, 사람이 없다, 무엇무엇이 없다」는 말부터 한다. 안되는 이유를 정연하게, 능숙하게 열거한다.』 답답한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던 것같다. 그래도 그는 묵묵히 해 나갔다. 결과적으로 이즈모시청은 91년 일본능률협회가 발표하는 그해의 최우수기업으로 뽑혔다. 소니, 혼다, 도요타, 시세이도, 가지마건설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나란히 「베스트 9」으로 선정된 유일한 지방자치단체였다. 마케팅 센스를 행정활동에 적용했다는 선정이유였지만, 이와구니 시장은『단지 잊어버린 시민감각을 행정의 현장에서 실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업경영 마인드를 행정에 직접 적용시킨 것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전라남도 장성군(長城郡)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김흥식(金興植) 민선군수는 「가장 열심히 일을 해야 될 사람들이 할일없이 도장만 찍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며, 중복된 조직을 축소하고 대대적인 교육을 통해 일하는 자세를 고쳐 갔다. 전국의 군(郡) 가운데 거의 모든 행정부문 평가 및 농산물에 대한 시상에서 1~2등을 차지하여 시상금만도 지난해 34억원에 달했다. 지역상품의 이미지를 특성있게 살리는 전락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홍길동의 고향이 장성군임을 밝혀내 홍길동 캐릭터를 만들고, 그것을 로열티 수입으로 연결시킨 것은 너무도 유명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떤가. IMF사태후에 더더욱 열악해진 재정상태에 몰려있으면서도, 아직도 경직된 관료사회의 틀을 못벗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대기업에서 명퇴한 경영자들은 만날때마다 훌훌 털고 고향으로 내려가 민선군수·시장에 도전, 잠재된 유능한 경영능력을 살려보면 어떠냐고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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