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구업체들은) 지금의 가격 경쟁력으로는 어렵습니다. 가구업계가 이케아 진출에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해야 할 겁니다."
1일 서울 방배동 사옥에서 만난 최양하(65·사진) 한샘 회장은 "이케아가 진출해도 한샘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에 손사래부터 쳤다. 한샘은 지난해 30%에 육박하는 성장률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올 1·4분기에도 50%가 넘는 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인터뷰 내내 긴장감을 풀지 않았다.
이케아의 한국 상륙과 관련, 그는 가구업계가 필사의 각오로 디자인과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중소기업 중에 대기업처럼 죽기 살기로 하는 데가 별로 없고 적당히 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점"이라며 "가격은 중국보다 싸고 디자인은 이탈리아보다 좋고, 품질은 독일보다 좋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이케아처럼 세계에서 통하는 가구를 만들려면 디자인·품질·원가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은 협력사들의 생산 전문성을 높여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이케아는 유통회사가 되면서 지금의 규모로 클 수 있었고 이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제조공장을 매입해 제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샘 역시 제조 전문업체와 협력해 경쟁력 있는 제품이 해외에 팔릴 수 있도록 판로를 열어주고 향후 이케아처럼 24시간 제조가 가능할 때 생산공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샘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시장은 건자재. 그는 "욕실 리모델링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건자재 시장은 1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욕실은 안 해본 사업이지만 주방 가구와 사업 프로세스가 거의 유사하고 연관산업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샘은 이미 일부 플래그숍에서 욕실용 건자재를 전시하고 있다. 앞으로 오픈하는 대형 매장에는 욕실 제품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그는 "주방 매장은 미국처럼 '주방&욕실(kitchen & bath)' 컨셉트로 꾸밀 것"이라며 "지금은 푸르지오, 래미안처럼 골조 브랜드를 보고 아파트를 고르지만 머지않아 한샘 가구와 건자재로 채워졌는지를 보고 집을 고르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내부가 한샘 제품으로 꾸며진 '한샘 인사이드'로 거주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최 회장은 "리모델링 시장이 커질수록 전국 곳곳에 '한샘 인사이드' 아파트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중국 사업에 대해 최 회장은 "일본 건설사와 함께 대규모 아파트 신축 공사를 수주해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며 "중국은 골조 분양에서 모델하우스 분양으로 분양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어 앞으로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부엌 부문은 B2B 시장으로도 충분하겠지만 향후 인테리어 부문은 국내처럼 유통을 가지고 들어갈 것"이라며 "온라인 유통의 전망이 밝다고 해서 현재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엌가구업체로 출발한 한샘은 1997년 외환위기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종합 인테리어 브랜드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파 속에 대형 매장을 확대하며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거듭났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역시 한샘에게는 기회다. 최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진 건 최저입찰제로 이뤄지는 B2B 영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한샘은 B2B 비중을 절반으로 줄인 덕분에 위기를 면했고 다른 업체들이 다 부도가 나니 건설사들이 우리를 찾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어 "수익성이 낮은 특판 비중을 줄이고 B2C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며 "지금은 2~3년 후에 먹고 살 거리를 궁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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