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개혁 의지는 해당 국가의 투자 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강력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국가를 선호한다. 국가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에 맞게 변화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무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인도 정부의 개혁 프로그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 각국의 상황과 환경에 맞는 장기적인 개혁플랜을 실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성과 또한 매우 고무적이다.
일본이 추진 중인 개혁의 목표는 지난 20년 동안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타파하고 노동 및 지배구조 관행을 개선하며 인구감소로 인한 잠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아베 정부는 최근 들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월에는 새로운 주가지수인 닛케이지수400이 출범됐는데 이 지수는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누적 영업이익률, 시가총액 등을 토대로 편입종목을 선정한다. 닛케이지수400에 포함된 기업들은 주주 친화적인 이미지 덕분에 일반 기업들에 비해 외국 및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친주주적인 문화 도입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경제성장모델을 투자 주도형에서 소비 주도형으로 전환하고 사회 각 분야의 불균형 해소를 개혁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더불어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관행을 척결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건실한 금융제도 설립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중국형 개혁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을 전국 단위로 실행하기 이전에 항상 소규모로 시험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책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들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큰 사회적 혼란 없이 개혁의 흐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인도는 지난해 5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후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석탄 및 전력 공급이 개선됐고 투자사업 허가가 가속화됐으며 산업 전반에 외국인직접투자(FDI) 한도가 상향 조정됐다. 최근 들어서는 인도 정부가 국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 전체인구의 약 35% 정도만이 공식 금융기관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직불카드와 현금카드 보유비율은 각각 8%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는 1차적으로 올해 8월까지 7,500만개의 신규 은행계좌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많은 국민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를 활성화하고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일본·중국·인도 정부가 보여왔던 개혁노력은 이들 국가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개혁의 속도가 세간의 기대보다 느릴 수는 있겠지만 성공적인 개혁은 항상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이뤄져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