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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 소비자 무시 횡포 기승
입력2002-10-17 00:00:00
수정
2002.10.17 00:00:00
車·PC구입·인터넷가입등 배달지연에 AS까지 엉망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의 흡수와 합병, 퇴출 등으로 막대한 자본력과 조직을 앞세운 거대기업들의 시장지배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보증과 '좀더 확실한' AS를 받기 위해 메이저 업체의 제품을 찾고 있으나 업체들은 인력충원을 제때 하지 않아 상품배달 약속이 수개월씩 지켜지지 않는가 하면 AS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PC 주문 후 배달까지 5일
최근 가정용 PC를 구입하기 위해 지방의 H백화점 가전제품 코너에서 컴퓨터를 구입한 김모(36)씨는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200만여원을 주고 삼성 펜티엄 제품을 구입했지만 제품이 예정보다 이틀이나 늦어 5일 만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는 제품도착 예정일이 주말이어서 외출도 하지 못하고 하루종일 집에서 기다렸으나 배달지연 사실을 안내하는 전화연락도 받지 못해 더욱 화가 치밀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대우전자와 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줄줄이 무너져 삼성 등으로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반면 배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전업체의 직원은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준데다 업무량에 비해 임금수준도 낮아 이직자가 늘어 배달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며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가입에도 일주일
초고속 인터넷시장은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으면서 당일 서비스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KT의 경우 가입신청 후 3~4일을 기다리는 것은 예사이고 지역에 따라 5~6일이 걸리는 곳도 있다.
이모(30ㆍ여)씨는 "KT에 가입하기 위해 전화로 서비스 개통시기를 물었더니 서비스 개통에 4~5일이 걸린다는 답변을 듣고 가입을 포기했다"며 "즉시 개통되는 영세 사업자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인터넷 서비스를 하루라도 빨리 받으려는 고객들의 물밑 청탁이 봇물을 이루고 개통 약속일자가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고객들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KT의 한 직원은 "집안 길흉사와 각종 계모임에 나가면 서비스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이 잦다"며 "청탁과 항의성 전화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실토했다.
◆자동차 구입은 3~4개월
자동차를 구하기도 무척 어렵다. 현대자동차를 주문한 후 고객이 열쇠를 건네받으려면 1~2개월은 기본이고 에쿠스 등은 3~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올들어 자동차 특소세가 한시적으로 감면돼 예약이 밀려든 것도 원인이 됐지만 그 보다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50%대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류모(35)씨는 "현대차 그랜저 구입을 주문했지만 3개월여 만에 차량을 인도받았다"며 "출고를 기다리는 동안 렌터카를 빌려 쓰느라 150만여원을 소비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별다른 대안은 없는 상태다. 지난 98년 대규모 구조조정 후 600여명의 인력을 새로 충원 중이지만 폭주하는 일감을 소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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