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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은 소통에서] '관치' 도 넘었다

환율·금리등 근본처방 제쳐두고 기업 팔 비틀어 물가 끌어내리기<br>무역 1조달러 바라보는 시대에 정책 운영은 1억弗시대 마인드


"고환율ㆍ저금리 기조에 세금까지 깎아줘 수출하는 대기업들이 사실 편하게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번 돈을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투자나 고용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부가 고환율ㆍ저금리 정책과 세율인하 등을 통해 기업에 혜택을 줬지만 기대했던 투자와 고용 실적은 미흡하다는 질책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는 기업들에 제품가격을 내려 물가안정에 기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고환율ㆍ저금리 정책으로 기업들이 큰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물가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주장의 이면에는 현 정부가 성장을 앞세운 경제정책을 폈지만 기대와 달리 '낙수효과' 대신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감소로 서민들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 '선성장 후분배'를 기대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정부는 기업들에 막대한 돈을 벌게 해줬으니 이익을 공유하자고 나선 꼴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이익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정부이고 기업의 이익을 어디에 사용할지도 정부가 결정할 수 있다는 '관치'의 발상이 도를 넘고 있다. 이 같은 경제운용의 중심에는 한국 경제관료의 양대 축인 옛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의 '모피아' 관료들의 독선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성장위주 정책의 결과로 물가가 급등한 책임을 기업의 팔을 비틀어 해결하려는 관치주의적 발상이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환율과 금리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근본적 방법을 제쳐둔 채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끌어내리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강요로 일시적으로 내려간 물가는 이후 더 크게 튀어 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의 원가를 계산해 제품가격을 낮추겠다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발언은 가격은 원가가 아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또한 독과점 시장이라 할지라도 진입장벽을 낮추고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는 원칙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황당해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무역 1조달러를 향해 가는 시대에 경제관료들이 무역 1억달러 시대의 마인드로 기업 정책을 운영하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관치 논란은 현 정부의 친기업 정책이 부른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시장 심판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친기업 정책을 펴다 보니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는 친기업 정책을 실시한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 교수는 "고환율 정책은 내수에서 세금을 걷어 수출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그간의 왜곡된 고환율 정책으로 기업들이 얻은 이득을 임의로 분배하려 하기보다 환율하락을 통해 가격기능을 정상화하는 교과서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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