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펭크 全 2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서<br>현대미술작품 중 최고가… 총 700억대 달해
| 리히터의 '촛불과 해골(1983)' |
|
| 펭크의 '결말, 내적 투쟁과 도피(1996년)' |
|
피카소 이후 20세기 후반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 작가인 독일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리고 그와 함께 전후 독일 현대 미술의 양대 거장으로 평가되는 A.R. 펭크. 그들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현대미술관, 23일부터다.
전시되는 작품은 총67점(리히터의 회화 30점, 펭크의 회화 34점과 조각 3점).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최근작까지 망라돼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단편적으로 두 작가의 작품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작품 경향을 아우를 수 있는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
시되는 작품들은 세계적인 미술 수집상인 독일 베를린 뵈크만 콜렉션의 소장품으로 그리스, 스페인 전시를 끝내고 한국으로 이어지는 세계 순회전시 기획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이후 세계 미술계에서 거론됐던 ‘회화의 종말’을 거부하며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찾기위해 독일에서 태동한 ‘신표현주의 운동’의 대표주자다. 현대적인 감각과 방법으로 이룩한 이들의 독보적인 회화의 경지는 전 세계 실험 미술가들에게 경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동독 드레스덴 출신인 리히터는 62년 이후 사진 이미지에 인공적으로 가필을 해 다시 회화로 만드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가족의 스냅사진, 작가가 직접 찍은 풍경사진에서 얻은 다양한 사진들의 윤곽을 흐릿하게 하고, 이를 재구성했다.
그의 작품은 지성적이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세계 현대 미술가 중 그림 값이 비싸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의 총 가격은 무려 700억원. 작품 수는 30여 점이니 점당 가격은 23억원을 상회하는 셈이다.
역시 드레스덴 출신인 A.R. 펭크는 1960년대 초 동독 사회의 모순을 쉽고도 풍자적인 인물화로 승화시켰던 작가로 유명하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나 석기시대 조각무늬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원래 이름은 랄프 빈클러였으나 빙하시대 연구가인 펭크의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명할 정도로 선사시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에게 빙하시대는 단순, 명료함을 의미하면서 한편으로는 시대에 대한 우의화로 ‘냉전’을 상징하고 있다. 기호언어로 구성된 그의 작품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현대사회에 대한 우화를 상징하고 있으며, 특히 이데올로기 대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돼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