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주말 최악의 충돌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공방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어 향후 현대건설 매각추이에 따라 양측간‘개전’가능성은 남아있다. 또 현대그룹이 제출한 현대건설 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유지도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은 “법률 검토 결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을 고발하면 확약서 내용을 어긴 것이어서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매각주관사인 외환은행의 실무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공세를 취했다. 현대차그룹은 하지만 현재까지 외환은행 실무자들에 대해 고발하지는 않았다. 고발장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잠시 고발을 보류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채권단 실무자 고발이 현대차그룹의 예비협상대상자 자격 박탈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단 피했지만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입찰절차에 대한 이의제기가 아닌 실무자의 부장성과 불법성을 고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확약서 내용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법률검토 결과 서류가 미비하다는 조언을 받아 제출 시한만 연기했을 뿐 서류가 보완되면 곧바로 고발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실제 고발접수를 한다면 채권단과 현대차그룹간 법정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이 경우 현대건설 매각의 본질과는 다른 법률적 다툼이 새롭게 전개되는 것이어서 양측 모두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제스처’만 취할 뿐 결정적인 ‘액션’은 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한 MOU해지 금지 가처분 신청도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의 향방을 판가름할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현대건설 매각은 일단 올스톱이 된 채로 장기간 법률공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채권단은 현대그룹과의 MOU를 해지한 후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그룹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이 마련된다. 특히 법원이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통보한 자료제출 시한인 14일 이후에 낸다면 현실적으로 MOU해지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없다. 통상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지 기각할 지 결정하는 시간이 적어도 3~4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자료제출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아직 MOU 해지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오는 14일까지 대출계약서나 동일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주주협의회와 논의해 MOU해지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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