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거래소 등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술력과 콘텐츠 경쟁력에 반해 한국 시장을 택했습니다. 한국 문화산업과 연계해 완구 제조업체에서 문화사업 전문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나가겠습니다."
쉬원제(57·사진) 헝성그룹 대표는 최근 중국 푸젠성 진장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시장과의 공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헝성은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 26일부터 거래소와 사전협의 단계를 진행 중이다. 오는 8월쯤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상장에 성공하면 2011년 중국 고섬 사태 이후 4년 만에 중국 기업이 국내 시장에 상장하는 사례가 된다.
1992년 완구 제조업체로 출발한 헝성은 2012년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재짓(Jazzit)' 방영을 시작으로 문화사업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중국 CCTV 채널 1번에서 방영한 재짓이 시청률 1% 이상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헝성의 실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 이후 3년 새 매출은 2배 이상 늘어났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쉬 대표는 "이번 상장은 애니메이션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며 "한국 애니메이션 업체와의 협력 및 투자를 통해 성장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헝성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체인 드림써치C&C와 EBS가 공동제작 중인 '점박이2'에 12억5,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점박이2는 2012년 개봉한 3차원(3D) 애니메이션 영화 '점박이'의 속편으로 당시 점박이는 전 세계 37개국에 수출되며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헝성은 내년 6월 점박이2의 제작을 완료해 한중 시장에 동시 개봉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해외 업체가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데 점박이2의 경우 헝성의 자본이 30% 이상 들어가면서 해외 쿼터에 제한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쉬 대표는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1년 이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시장 대비로는 규모가 작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중국 시장에 선보일 질 좋은 콘텐츠(IP)를 찾기 위해 상장 후 한국에 지역사무소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헝성그룹의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완구 제조업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완구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40%는 북미와 일본 등의 수출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디즈니·해스브로 등 미국 완구 업체들의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의 사업 중심에서 재짓을 활용한 자가브랜드개발생산(OBM) 비중을 늘리고 있다.
헝성은 시장 확대를 위해 경쟁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쉬 대표는 "중국의 주요 완구 업체는 7개로 꼽히지만 이들은 전체 시장에서 6%를 차지하는 데 그칠 만큼 주요 플레이어가 없다"며 "시장 초기여서 디즈니와 같은 입지를 다지기 위해 경쟁 업체의 인수합병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헝성은 또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업체에 갖고 있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상장 후에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회(IR)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국내에 16개 기업이 상장해 6개가 상장 폐지됐고 2개 기업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패트릭 라이 헝성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 달에 1~2번씩 IR를 개최하고 투자자를 초청해 현지 견학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 IR 담당자도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배당 정책도 펼칠 예정이다. 쉬 대표는 "1년에 최소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배당을 할 계획"이라며 "배당 비율은 업종 평균치 이상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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