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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기술 꽃 피려면 투자문화 확산돼야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제이너스 프리스는 지난해말 야심차게 운영하던 인터넷방송서비스 ‘주스트’를 한 미디어그룹에 비공개 가격으로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주스트가 헐값에 팔렸으며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스카이프의 창업자이기도 한 제이너스는 혼자만의 도전에 그치지 않고 최근 ‘메모레인’이라는 신생벤처에 2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초기벤처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제이너스의 이 같은 행보는 실패와 도전, 그리고 성공한 CEO가 초기벤처 육성에 나서는 실리콘밸리의 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에는‘성공을 경험한 창업자가 두번째 창업에서 실패했다면, 세번째는 묻지말고 투자하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성공과 실패경험을 동일하게 높은 가치로 평가한다. 김현진 레인디 대표는 이에 대해 “창업가와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문화적 차이기도 하지만 국내와 달리 실패이후 개인이‘빚’이라는 멍에를 지지 않는 구조적 차이의 결과기도 하다”며 “실패하더라도 신용불량이라는 나락에 빠지지 않고 사회적 활동이 계속 가능해 실패를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가 큰 성공을 낳는 ‘실패의 요람’이 될 수 있었던 요인도 투자중심의 창업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및 벤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내의 부족한 재창업 수요를 되살리고 재기여건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자 중심의 기업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벤처투자정보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초기기업투자는 금융위기에도 금액의 큰 변동없이 이루어져 초기기업투자비중은 지난 2007년 24%수준에서 2009년 35.4%로 오히려 늘어난 반면 한국은 지난 2007년 36.8%에서 올 상반기 29.1%로 떨어졌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사업할 때 보증 및 재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개인입보 등의 관행으로 인해 사업을 실패한 이들은 개인채무를 지고 금융기관 이용기회가 막히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실패로 인한 빚은 벤처캐피탈 등 기관의 투자를 받을 때도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 재기기업인의 기술성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남범일 플래티넘기술투자 심사역은 “현재 투자결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신용회복문제”라며 “사업경험이 있다는 점은 좋지만 보증으로 인한 채무가 있어 투자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투자를 해도 기존 채무로인해 차압을 당하기 때문에 한 번 실패한 사람에게는 기술이 좋더라도 투자를 받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투자는 재기를 노리는 기업인들에게 현실적으로 거의 유일한 돌파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생IT벤처기업을 운영하는 K사장의 경우 한 때 글로벌 벤처캐피탈로부터 3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실패의 쓴 맛을 봐야했다. 그는 여전히 수 억원의 개인채무로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몇 명의 엔젤투자가가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5,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시작해 사업을 다시 꾸릴 수 있었다. 그의 회사는 현재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하며 내년에는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투자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실패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데도 기여할 수있다고 설명한다. 벤처캐피탈이 투자를 확대할 수록 실패기업의 기술도 거래할 수 있는 정보와 시장이 형성돼 기술사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민간영역에서 전문적으로 투자를하면서 기술정보를 확보해 실패기업의 기술을 사고파는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다”며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의 특수한 토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되는 재창업 지원제도 역시 장기적으로 투자와 연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재창업지원제도나 벤처부활제는 모두 재기 기업인에게 정책자금을 대출해주거나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대출을 하는 방법으로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신중경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교수는 “정부가 투자조합에 조성하는 모태펀드의 일부를 재기기업에 투자하도록 할당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현재 초기기업에도 투자가 원활하지 않은만큼 할당을 통해 투자중심의 창업문화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기업가 역시 투자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아직 국내 기업인들은 투자로 인한 개인지분감소에 대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내 회사의 일부를 뺏긴다’는 생각보다 회사를 발전시키는 한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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