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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자리보다는 급한 자리. 착점을 결정할 때 전제가 되는 바둑의 강령이다. 흑57은 반상최대의 큰 자리였다. 그러나 더 급한 자리가 있었다. 바로 59의 자리였다. 백이 58로 장단을 맞추어 주었기에망정이지 만약 백이 58로 61의 자리에 젖히는 양선수 역끝내기를 두어치웠더라면 흑은 땅을 치고 통분, 또 통분했을 것이다. 안팎으로 4집의 차이. 아직 중반이긴 해도 이런 통쾌한 끝내기를 게을리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원래 흑의 권리였던 자리지만 창하오는 자기에게 넘어왔던 이 양선수 역끝내기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되돌려준 것이 심히 속상했을 것이다. 흑57로 두지 않고 참고도1의 흑1로 두어 곤마를 살려내려고 하는 것은 지금의 배석 상황에서는 미련한 착상이다. 백2 이하 12까지 되고 보면 상변의 광활한 지역이 백의 주택단지로 화할 공산이 크다. 백66 이하 70까지는 효과적인 선수활용. 흑73이 놓인 시점에서 검토실에 나타난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은 참고도2의 백1, 3으로 중앙을 경영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창하오는 다케미야와 생각이 달랐으니….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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