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40은 돌의 체면을 살리자는 수였다. 그러나 흑45의 침입을 허용해서는 다시 시끄럽게 되었다. 조훈현이 이겼다는 기사를 미리 작성해 놓고 하회를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양재호9단이 말했다. “아직 보내지 마세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됐어요.” 가까스로 흑45라는 게릴라를 체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외곽을 철저하게 봉쇄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도로 승패불명. 흑69로 도리어 흑이 백대마를 공격하게 되었다. 현지 인터넷 해설은 타이젬에서 양재호9단에게 부탁했고 한국기원의 사이버오로에서는 별도로 이세돌에게 해설을 맡긴 상태였다. 이세돌은 조훈현의 72를 의문수라고 지적하면서 기발한 대안을 제시하여 주목을 받았는데…. 참고도의 백1로 끊어놓고 3으로 보강하면 양쪽이 동시에 수습된다는 것이 이세돌의 제안. 며칠 후에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조훈현은 무릎을 치며 찬동했다. 실전은 좌하귀의 백이 거의 그대로 잡힌 모습이다. 78로 움직인 것은 살자는 뜻이 아니라 뒷맛을 남기겠다는 것. 자세히 보면 상변에서 이 좌하귀까지 뻗어나온 흑대마가 아직은 확실하게 살지 못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좌하귀의 백 3점이 이 코끼리만한 흑대마와 씨름을 하는 상황이 곧 전개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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