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농협중앙회 신용대표는 오는 3월 금융지주 출범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특성상 은행 부문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에 김 대표는 '농협발' 금융영토 전쟁의 핵심 인물인 셈이다.
당초 계획대로 농협의 신경분리 작업이 마무리되면 3월에는 자산규모 237조원(2011년 9월 말 현재)의 거대 금융그룹이 탄생하게 된다. 농협은 우리금융(372조원), KB금융(363조원), 신한금융(337조원), 하나금융(224조원) 등 주요 금융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금융지주 회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지난 2008년 신용대표에 오른 뒤 2010년 연임에 성공한데다 은행 쪽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경영실적도 나쁘지 않다. 2011년 9월 말 현재 은행 부문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5.6%로 주요 금융지주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9월 말까지의 순익규모는 4,621억원 수준. 농민지원 등을 주목표로 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성적표는 아니라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김 대표의 임기가 올해 6월인 점도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경우 김 대표는 농협금융지주를 이끌면서 금융권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3월에 출범하는 농협금융그룹은 기존의 신용과 공제 부문을 각각 은행, 생명보험사ㆍ손해보험사로 바꾸고 증권ㆍ선물ㆍ자산운용ㆍ캐피털 등을 금융지주사에 넣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농협은 올해 하나금융과 함께 금융계 판도를 뒤흔들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예정인 하나금융은 그동안 성장폭이 작았던 외환은행을 정상궤도로 올려놓으려 할 것이고 농협은 지주 출범과 동시에 한 단계 더 도약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농협금융지주가 2012년도 총자산 달성 목표를 251조5,964억원으로 잡았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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