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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일 발표한 '중견기업 3,000 플러스 프로젝트'는 중견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혜택은 늘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대거 육성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견기업 수는 지난 2007년 970개에서 2010년 1,291개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다. 이는 중견기업이 되면 혜택은 줄고 부담이 커져 많은 업체가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중소기업의 경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으로 중소기업은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상속세와 연구개발(R&D) 관련 세금 부담, 하도급 거래에서의 불이익 등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그간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양분된 정책을 바꾸는 첫 걸음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중소기업 지원 몫을 떼 중견기업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산업 생태계 중 허리 부분인 중견기업을 보강하면서 튼튼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중소기업에 돌아가던 지원의 몫이 일부 중견기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기존에 대기업이 받고 있던 정책지원의 일부를 돌린 것이어서 중소기업계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중견기업의 가장 큰 성장 애로사항으로 꼽히는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 기술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장기재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5년 이상 근로를 약속하는 핵심 연구개발 인력에 목돈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 예를 들어 재직자가 기업이 매달 50만원씩 적금처럼 부으면 5년 후 6,000만원에 이자가 붙고 정부가 장기재직 장려금까지 추가로 얹어주면 7,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기대할 수 있다.
중견기업의 세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먼저 매출 1,500억원 이하 기업에만 적용됐던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를 내년부터 2,000억원 이하 기업까지 확대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이 감소하게 된다. 문승욱 지경부 중견기업정책국장은 "2010년 기준으로 매출 1,500억~2,000억원에 해당하는 기업은 90개사로 이들 중 절반이 넘는 49개사가 가업승계 과정에 있다"며 "이들 기업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어 고용창출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R&D 관련 세액공제 혜택도 늘어난다. 정부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위한 연구인력 개발 세액공제 구간을 기존 3~6%에서 8%로 늘리기로 했다.
하도급과 관련, 그동안 중견기업은 중소기업 졸업과 동시에 하도급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돼 대금지급 기일과 결제수단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해도 보호 받을 만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했다. 정부는 앞으로 중견기업을 하도급 거래의 보호 대상에 포함시켜 동반성장 지원 대상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또 애초 중견기업이 되면 정책금융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정부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을 통해 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1조원가량 늘릴 방침이다. 더불어 지경부 소관 R&D 사업 중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2010년 기준 1.6%에서 2015년에는 6%까지 확대하고 중견기업이 주관할 수 있는 R&D 과제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 밖에 중견기업 육성·지원을 위한 전담창구로 '중견기업 육성·지원센터'를 올해 안에 만든다.
한편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우리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의 성장 걸림돌을 제거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종합대책이 만들어져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반색하면서도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 대상과 R&D 세액공제 대상 등에서 적용범위를 더 확대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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