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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 먹으면 키가 안 크나요?" ADHD아동을 진료하다 보면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ADHD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메칠페니데이트'라는 약물은 주의집중력과 행동을 통제하는 뇌의 특정부위에 작용해 도파민ㆍ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조절한다. 그러나 모든 약물에는 작용과 부작용이 있는 법, 메칠페니데이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식욕부진의 부작용이 비교적 흔하다. 부작용도 개인차가 있어 약 복용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밥 잘 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 평소 입이 짧고 유달리 먹는 것에 까다로웠던 아이들은 먹는 양이 줄어 엄마들을 안타깝게 한다. 먹는 양이 줄다 보면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해 엄마들은 키가 안 클까 봐 염려하는 것이다. ADHD 치료제가 도입되던 초기부터 약물과 성장지연에 대한 논란은 있어왔지만 약물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지배적이다. 최근 2010년에도 미국 하버드의대의 저명한 ADHD 전문가 비더만 등이 약물을 복용한 ADHD 환아와 정상대조군의 키와 체중을 아동기부터 성인기까지 10년 간 비교한 연구에서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 필자도 10년 넘는 소아정신과 진료경험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약물복용 초기에 체중이 감소한 경우는 있으나 곧 회복해 키와 체중이 다른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음을 보아왔다. 오히려 키가 또래보다 큰 아이나 더 통통한 아이들도 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초기의 식욕부진을 완화시키기 위해 약물 용량ㆍ용법 등을 아이 상태에 맞춰 세심히 조절하며 최선을 다한다.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약물치료 중에 일어나는 부작용이나 불편한 점을 주치의와 상세히 상담 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필자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아무거나 잘 먹지 않고 쑥쑥 자라지 않는다면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성장클리닉을 다녀서라도 남자 180㎝, 여자 165㎝ 이상을 지향하는 요즘 세태로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ADHD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기능에 문제가 있는 질환이고 ADHD 아동들은 산만한 증상과 과잉행동으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칭찬받기보다 꾸중을 많이 듣는다. '칭찬'과 '인정'의 양분을 먹고 몸과 마음을 키워야 할 아이들이 치료제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오해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의 성장에 문제가 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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