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처하던 국내 PDP업계가 올들어 투자 계획을 변경하거나 연기한데 이어 급기야 LG전자가 PDP 초기 제조라인에 대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산 PDP의 글로벌 시장 장악력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연기 또는 계획 변경은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자체 구조조정은 시장 지배력 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이 같은 우려는 ‘기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비가 아닌 공격포진이다”=LG전자는 이번 자체 구조조정에 대해 생산 규모를 줄이는 ‘방어적 입장’이 아니라 첨단 공법으로 전환하는 ‘공격적 포석’이라고 설명한다. 구조조정 대상인 경북 구미 A1라인은 지난 2001년 6월 설립된 국내 최초의 PDP패널 생산설비. 이곳에선 LG전자 전체 PDP생산량의 16%가량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 생산라인이 PDP 태동기에 설립돼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 회사 관계자는 “A1라인에서는 1장의 PDP패널용 유리에서 단 1개의 패널만 생산(단면취)할 수 있다”며 “그동안 기술수준이 발달해 현재 1장의 PDP패널용 유리에서 6~10개의 40인치대 패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LG전자가 2004년부터 가동한 A2라인과 2005년 설립한 A3-1,2 라인은 6면취 공법이 적용됐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정을 통해 A1라인에는 효율성이 높은 최신 공법을 적용시킨 ‘파일럿 플랜트’(실험설비)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삼성SDI 역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생산라인에 대한 1단계 업그래이드 작업을 지난 2005년에 이미 끝냈으며, 조만간 가동될 P4라인에는 8면취 공법을 도입할 예정이다. ◇PDP와 LCD진영의 시장 주도경합이 관건=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PDP업체들의 움직임을) 한국기업과 일본기업 간의 PDP 시장 지배력경합이라는 구도로 보기보다 글로벌 PDP진영과 LCD 진영의 경합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올 하반기. 업계에선 ‘2008 베이징올림픽’특수에 맞춰 이 시기부터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둘러싸고 PDP진영과 LCD 진영이 다시 치열하게 격돌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의 생산라인 조정작업은 첨단공법으로 재무장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가는 과정이자, LCD 진영보다 한발 앞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실제로 국내 PDP 업체인 LG전자, 삼성SDI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도 동시다발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PDP 업체인 마쓰시타는 10면취 공법을 도입한다는 계획아래 첨단생산라인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 2000년대 초반에 설립했던 1라인(단면취), 2라인(3면취)의 용도를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PDP생산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6년전 공법은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기술이 되어 버렸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첨단 공법을 적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과정이기 때문에 PDP진영의 시장장악력이 축소되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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